달빛을 등불삼아 이화정에 앉아서
적적한 봄의 회포 노승과 함께 풀었네
바다의 창룡(四神중의 하나)은 때로 물을 뿌리고
우레 같은 파도소리 밤에 스님이 찾아왔네
梨亭獨坐月爲燈
寂寞春懷語老僧
碧海蒼龍時打水
驚波雷吼夜來僧
절의 문 앞은 푸른 바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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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남도에 남은 꽃마저 지니
홀연히 가는 가절 어찌하리오
내일이면 봄도 가고 그대도 가고
헤어지는 서운함 견딜 수 없으리오
漢陽南道落殘花
佳節忽忽不奈何
明日春歸君又去
不堪相送過天涯
『金剛山詩集』下篇
유정(중종 39년, 1544년〜광해군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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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맑게 들리는 등불 밑에
고요히 참선하는 승려 있구나
인생의 괴로움 어느 날 그칠 것인가
파돗소리 여운은 여수만 더하는구나
시름걱정 아직도 끊이지 않고
갈 길 멀어서 힘에 겹구나
동창을 활짝 열어 두 눈을 들어
보일듯한 삼신산을 아득히 바라본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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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각은 바닷가에 높이 솟았고
넘실거리는 물결은 하늘에 닿았네
평생 심안이 적었음을 꺼리고
이제부터 흐름에 따라 유유히 살리라
畵閣高臨大海頭
鯨波萬里接天浮
平生心眼嘗嫌小
從此悠然上下流
『金剛山詩集』下篇
박성(명종 4년, 1549년~선조 3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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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경은 제복장(祭服匠)으로 호는 촌은(村隱)이다. 일찍이 이이첨(李爾瞻)과 사귀었는 데, 뒤에 이이첨이 모후(母后)를 폐하자는 의론을 주장하자 이내 절교하였다. 그는 양양 도중(襄陽途中)이라는 시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산은 비 기운 머금고 물은 연기를 머금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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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으로 부임하는 정시회를 보내면서 (送鄭時晦赴襄陽)
3수
기일(其一)
숙자의 풍류로도 남은 것은 이름뿐이고
거꾸로 실렸던 산공도 그 자취 간 곳 없네
밤중만 봉래산에 일출 광경을 볼 수 있다면
내 몸에 필요한 물건 이 세상에 뭐가 있으리
기이(其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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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회(鄭時晦)의 행장은 상촌(象村) 신흠(申欽) 썼는데 다음과 같다.
공의 성은 정(鄭), 휘는 엽(曄), 자는 시회(時晦), 호는 설촌(雪村), 또 다른 호는 수몽(守 夢)인데 초계인(草溪人)이다. 6대조 발(發)은 벼슬이 지중추부사이다. 증조 희년(熙年)은 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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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년에는 광주(廣州)로 옮겨가 살면서 세상과는 날로 멀어졌으나, 시속을 걱정하는 마음은 가슴속에서 풀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항상 자제에게 이르기를 “간악한 신하들이 임금의 총명을 가리고 현혹시킴으로써 국사가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말 한 마디라도 올려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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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知事行狀」餘稿
公姓鄭。諱曄字時晦。號雪村。又號守夢。草溪人。六代祖發。官知中樞府事°曾祖日熙 年。沙斤察訪。贈左承旨。祖日璇。贈監察。考曰惟誠。進士。贈議政府領議政。三世推 恩。皆用公貴。母日坡平尹氏。封貞敬夫人。贈贊成彥台女。夢異人授綵鵲有身。嘉靖癸亥 擧公。符彩英發。與凡兒殊°三歲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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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흠(명종 21년, 1566년~인조 6년, 1628년)의 본관은 평산(平山)이고 자는 경숙(敬叔), 호 는 상촌(象村)•현헌(玄軒)•방옹(放翁)이다. 이정구(李廷龜)•장유(張維)•이식(李植)과 함께 월 상계택'(月象谿澤)이라 통칭되는 조선 중기 한문사대가(漢文四大家)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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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전 향로에 자단 향 사르니
소나무에 이슬 떨어질 때 외로운 학이 우네
새벽달 가을 산은 고요한데
고승은 문 닫고 수정 구슬 한 없이 돌린다오
紫檀燒罷佛前爐
松露翻時獨鶴呼
門掩秋山五更月
老僧輪盡水晶珠
『江原道誌』
양경우(선조 1년,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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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는 넓고 아득하여 신선은
자취 숨어 있고 하늘과 바다는 푸르구나 만물을 드릴 곳 없고
지는 해는 푸른 풀 언덕 반은 잠겼네
산들바람 잠깐잠깐 일어
흰 모래톱에서 일렁이누나
亭臺漂渺仙
蹤秘天水蒼
茫物失雷落
日半啣靑草
嶢微風乍起
白瀕洲令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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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사를 다시 찾아오니 重尋五峯寺
풍경은 지난해와 다름 없네 風景似前年
대숲 길은 오가는 가을 발길 竹逕通秋屐
화대엔 저녁연기 일어나네 花臺起夕煙
스님들이 늘어서서 환영하는데 歡迎羅衆衲
멋진 놀이 제천을 밟아가네 勝踐躡諸天
이미 무생인을 깨달았으니 已悟無生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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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을 적에 형이 강도(江都)에서 보낸 편지를 받아보니, 나의 벼슬 잃음을 위로 한 말씀이었습니다. 이때 나는 이미 수레를 단속하여 도성문을 나오는 참이었는데, 찾아 온 사환이 편지를 놓고 떠나겠다고 하기에 총망중이라 답장을 쓰지 못했으니, 우물쭈물 결례한 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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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기유로 암 노석에게 주며 (洛山記遊贈嵒老釋)
설악산 높은 창공에 꽂혔으니
많은 옥이 다투어 푸른 노을 중에 솟았네
한줄기 꿈틀거려 오봉을 지어내니
바닷가에 금빛 연꽃 봉우리 우뚝이 빼어났네
영도(주역의 팔괘) 암암리에 낙산사와 어울려라
그윽한 동굴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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