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283. 선유담(仙遊潭), 낙산사(洛山寺) / 귤산(橘山) 이유원(李裕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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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선유담(仙遊潭), 낙산사(洛山寺)
귤산(橘山) 이유원(李裕元)
낙산사는 양양군(襄陽郡)에서 20리 떨어진 지점에 있으며, 관음굴(觀音窟)이 그 곁에 있다. 바다 위로 두 바위에 걸터앉혀서 허공을 질러 절을 일으켰는데, 의상대사(義相大師) 가 창건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 세조대왕(世祖大王)이 중수하였다. 어수정(御水井)과 선 유담이 있다.
간이(簡易)의 낙산사(洛山寺) 시는 다음과 같다. 그중 한 수는
265.
누관과 해일의 그 기특한 경치 예전에 듣고
중추의 좋은 시절에 구경 날짜를 잡았다
이곳에서 이때에 궂은비를 만났으니
하늘이 나를 영동에 머물러 시를 짓게 하누나
樓觀海日昔聞奇
月得仲秋一歲期
此地此時逢苦雨
天公停我嶺東詩
하였고, 또한 수는
266.
계속 내리던 비 갓 개인 때를 타서
동대로 걸어 나가 달 뜨기를 기다리네
십육일 밤에야 달이 꽉 찬 것을 보겠으니
간밤엔 그릇 몇 사람의 심정을 괴롭혔을까
剛因積雨得新晴
步出東臺遲月生
二八眞看規正滿
前宵枉惱幾人情
하였으며, 또한 수는
아득한 하늘가 달이 질 무렵에
만경창파 갑자기 붉은빛 번쩍이네
꿈틀거리는 온갖 괴물들 불을 머금고
밝은 달을 황도 가운데 전송하누나
玉宇迢迢落月東
滄波萬頃忽飜紅
蜿蜿百怪皆銜火
送出金輪黃道中
하였다.
시남(市南)의 '낙산사에서 상인(上人)에게 주다'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267.
바닷가에 위치한 그윽한 관음굴 海上觀音窟
천년토록 내려온 외로운 낙산사 千年洛寺孤
한퇴지(韓退之)가 벗한 태전(太顚)은 전생의 그대요 顚公前世爾
한퇴지 그는 바로 후생의 나라네 韓子後生吾
불경 소린 밤새도록 놀라게 하고 禪梵通宵驚
바다의 파도는 새벽에 몰려오네 溟濤入曉驅
서로 일출을 보기로 약속했으니 相期看日出
하늘이 맑은지 여부 물어보노라 天色問晴無
명재(明齋)의 낙산사 시는 다음과 같다.
268.
세도(世道)의 소장 성쇠를 아랑곳하지 않는데
사람의 희비를 어떻게 알겠는가
천하를 경영할 큰 뜻을
애오라지 해산의 유람에 쓰노라
첫여름이라 청화한 시절
배꽃 만발한 낙산사더라
바다는 만리나 아스라한데
해 돋으니 채색 구름 걷히네
不管道消長
何知人樂憂
且將弧矢志
聊付海山遊
首夏淸和節
梨花洛寺樓
滄溟正萬里
日出彩雲收
택당(澤堂)의 낙산사 시는 다음과 같다. 그중 한 수는
269.
누가 용공 불러내어 눈을 뿌리게 하였노
머리 돌려 보니 선궁(仙宮)의 광경 새롭구나
바다는 은백색 거품을 흠뻑 뒤집어쓰고
사찰은 하얀 치자나무 꽃으로 단장하였네
세모에 올라와 보니 역시 그대로 승지
타향에서 만나 뵌 분은 바로 집안 어른
돌아가는 길에 도롱이 젖는 일 걱정치 않고
술동이 앞에 한가한 몸으로 서로 대하누나
이날 집안 어른을 만났는데, 큰 눈이 내렸다.
誰喚龍公撒玉塵
琳宮光景轉頭新
滄溟倒接銀濤沫
祗樹粧成白葍春
歲暮登臨仍勝地
天涯會合是宗人
不愁歸路簑衣濕
且鬪樽前漫浪身
하였고, 또 한 수는
270.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도 숨어 살고 싶은 뜻을 가졌던지
신령스런 그 자취를 동해안에 남겼구나
한 손길 자비를 베풀려 동방에 왔으니
웅장한 사찰 천추토록 하늘 높이 솟았네
범종이 울리자 스님들 발우 공양 서두르고
보배 기운 떠오르니 벽에서 무지개 뿜었네
백화 왕자가 지은 찬을 본받으려고 하여도
솜씨 겨룰 만한 기어 없는 게 부끄럽네
至人亦有滄洲趣
靈迹曾留海岸東
一手慈悲奔鰈域
千秋臺殿壓鴻濛
鯨魚自吼僧催鉢
寶氣常騰壁吐虹
欲效白華王子讚
愧無奇語與爭工
진해(鎭海)의 낙가산(洛伽山)을 일명 '소백화산(小白華山)'이라 하는데, 곧 관음(觀音)의 도 량(道場)이다. 왕자 이안(李安)이 이에 대해서 찬을 지었는데, 글 솜씨가 무척 기이하였다.
하였으며, 또 한 수는
271.
안견의 수묵화와 임억령(林億齡)의 시편은
천재토록 가람의 두 보화로 꼽혔네
병화로 인해 승려들마저 모두 떠나
명구가 마치 상전벽해처럼 변했네
향운과 법우 다시 볼 수 없는 속에
깨진 기와 무너진 담 절터 희미하네
다행히도 성종(成宗) 임금의 글 한 편 남아
신령스런 빛 여전히 절을 감싸 주네
安堅水墨石川詩
千載伽藍兩絕奇
劫火併將僧寶去
名區便覺壑舟移
香雲法雨虛無裏
解瓦頹垣指點疑
賴得宣陵宸翰在
神光依舊擁山祗
하였다.
곤륜(昆侖)의 '북진(北津)을 건너 낙산사로 향하면서'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272.
배 한 척을 물 한복판에 띄워 나가니
석양 속에 일렁이는 물결 아득하여라
구름 속 종소리 낙산사에서 들려오고
성 가 우뚝한 나무 양양에서 보이네
밝은 달 만물을 비치듯 마음 명쾌한데
손으로 은하수 거머잡고 팔방 굽어본다
취한 뒤에 물귀신을 질타하였더니
파도 맑고 바람 자서 흥 더욱 높아라
孤舟泛出水中央
落日煙濤更淼茫
雲裏疎鍾聞洛寺
城邊獨樹見襄陽
心將水月通羣照
手攬星河俯八荒
醉後馮夷隨叱陀
波明風定興逾長
또 '낙산사에 이르러'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273.
낙산사 아래에다 배를 매어 놓고
이리저리 산책하며 바람을 쐬노라
달 뜨려고 하니 사찰은 고요하고
물새 갓 잠드니 물가가 텅 빈 듯
洛山寺下繫孤蓬
散步微吟老樹風
松月欲生僧梵靜
水禽初定渚煙空
시야는 반짝이는 은하수 밖에서 끝나고
몸은 맑은 하늘 가운데 우뚝 서 있노라
이로부터 몸에 날개가 생겨서
만리 길 영주 봉래에 표연히 이르고 싶네
眼窮星漢沖融外
身御雲霄沆瀣中
便欲從玆生羽翰
飄然萬里到瀛蓬
또 '낙산사에서 달밤에'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274.
오봉 대전은 연하 밖에 우뚝 솟았는데
시야가 부상에서 끝나도록 구름 보이지 않네
하늘과 바다 서로 포용하니 원기가 합하고
달과 별 높은 데서 비치니 천지가 나뉘네
독룡은 염불 소리 들으며 못 속에 엎드렸고
황새가 바람 속에 우는 소리는 나무 끝에서 들리네
뛰어난 지경이 마음을 깨끗하게 만드니
인간 세상 벗어나고 싶은 생각 간절하구나
五峯臺殿出煙氣
目斷扶桑不見雲
天海相涵元氣合
月星高照兩儀分
毒龍聽梵淵中伏
巢鶴呼風樹杪聞
絕境頓敎心地淨
向來深欲遁人羣
또 '일출(日 出)을 보다'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275.
바다 공기 서늘하고 하늘빛 새로운데
물결 갑자기 붉은 용의 비늘 이루네
높고 낮은 하늘과 땅은 온갖 형상 드러내고
만국의 광명 천지는 밝은 태양을 우러러본다
조금도 사심 없이 우주를 임하여야
가는 티끌까지도 두루 비칠 수 있느니
해바라기가 해를 향해 기우는 건 가상하나
뜬구름이 맑은 하늘 가릴까 그것이 염려
海氣蒼凉天氣新
波瀾忽作赤龍鱗
兩儀高下開羣象
萬國光明仰一輪
直以無私臨宇宙
方能遍照及纖塵
獨憐葵藿傾陽意
長恐浮雲翳紫旻
또 '낙산 앞바다에 뱃놀이를 하면서'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276.
한 필의 하얀 베처럼 생긴 은하수
푸른 하늘 위에 높이 걸려 있네
맑은 빛 푸른 바다에 닿아서
억만 길을 거꾸로 드리워졌네
바다의 넓음을 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천지의 광대함을 알겠나
은하수에 이르도록 두둥실 배를 띄우고
망망대해를 깔보며 노를 젓노라
신선의 궁궐에 가까이 다가가면
천상의 음악 소리 요란하게 들리리
석양의 하늘은 유리처럼 맑디맑고
동서남북은 광활하게 툭 트였네
별들은 구슬을 꿴 듯 연해 있고
북두칠성은 손바닥 편 듯 벌여 있네
바다 속의 푸르디푸른 하늘빛
아래로 온갖 형상을 포용하였네
회오리바람 파도를 일으키니
바닷물 어지럽게 움직이네
하늘의 높음을 알지 못하고서
문득 바람 타고 오르고 싶구나
몸은 가벼워 맑은 공기를 어거하고
기운은 쾌활하여 진세를 벗어난다
우습구나 진세 속에 있는 사람
공연히 신선 될 생각 갖는 것
그 뉘라서 대지를 다 밟아 보겠는가
장자처럼 구경이나 하길 원하네
銀河一疋練
挂之靑天上
澄輝接滄海
倒垂億千丈
不覩溟渤寬
焉知天地廣
浮舟犯牛斗
鼓櫂凌泱漭
冉冉仙闕逼
嘈嘈天樂響
夕氣霽空廓
四維倐褰敞
星辰若連珠
玉衡如布掌
蒼蒼太虛色
上下涵羣象
層颷鼓駭浪
水怪紛戃阮
不知天宇高
便欲乘風往
身輕御沆瀣
氣逸超塵壤
却笑區內人
徒結方壺想
誰將蹈大方
願同莊生賞
O 관음굴(觀音窟) 시는 다음과 같다.
277.
바다가 밤낮으로 파도를 쳐서 滄溟日夜翻
바위에 그만 붕괴된 곳도 생겼구나 石齒有崩漉
말하지 말아다오 두 구멍 사이에不謂空嵌間
허공을 가로질러 집을 지었다고憑虛架楹屋
격렬한 파도 산 밑둥을 때려 대니層濤蹙山根
여향이 골짜기를 진동하네餘響振崖谷
흡사하다 산 위서 나는 우렛소리有如山上雷
번개를 동반하고 우르르 하는 듯隱隱驅電轂
처마에까지 하얀 물방울 뿜으니當檐歕素沫
부처의 휘장은 빨아 놓은 것 같네佛幌如渥沐
물어보겠노라 그 어느 시대에借問何代剙
누구를 위해서 이 집을 지었던고爲誰勤板築
대사가 옛날에 영험을 나타내고大士昔現靈
진짜 몸은 인도로 변환해 갔다네眞軀幻西竺
새 감실엔 황금빛이 찬란한데新龕煥金碧
불상의 기상 장엄하고 엄숙하네寶像氣莊肅
노승은 향 피우고 꿇어앉아서焚香老僧跪
절하고 머리 조아리며 복을 비네拜叩祈淨福
그래서 어리석고 우매한 백성들로 하여금遂令愚蒙者
분주히 금옥을 바치게 하네奔走捐金玉
이교는 정도를 파괴하고異敎壞正道
자비는 백성들을 현혹시킨다慈悲惑氓俗
길을 틔우고 구멍을 뚫어서疏鑿及澗竇
극치의 토목 공사를 베풀었구나人工窮土木
사람들은 모두 허탄한 말을 즐기나人皆樂誕說
나만은 그 허황된 것을 비웃노라我獨嗤荒瀆
승려들은 이 이치 까마득히 모르니僧徒昧斯理
원컨대 이 말로써 권면하누나願以此相勗
O 낙가사(洛伽寺) 시는 다음과 같다.
278.
자라 등에 얹힌 여러 산의 주변에
전조의 누관들 몇 번이나 변천되었나
바위엔 관음상 나타나 있고
복을 비는 글은 세조 연간에 전했네
하늘가 나는 새는 아스라이 가고
뜰에 늘어선 잣나무들 선정에 든 듯
만물을 자세히 관찰하면 모두 변환하는데
어찌 구구하게 신선 배울 필요 있겠나
鰲背諸山若箇邊
前朝樓觀幾桑田
通神石現觀音像
薦福書傳世祖年
天際飛禽疑莽渺
庭中列柏摠安禪
細推萬物都成幻
何用區區學衆仙
시남(市南)의 선유담(仙遊潭) 시는 다음과 같다.
279.
선유담 위에는 눈발 갓 걷히고
십 리의 물가엔 옥수와 경림 빽빽하네
귀양 온 신하 원행의 괴로움 망각하고
이 몸 바로 선유를 하는가 의심하노라
仙遊潭上雪初收
樹瓊林十里洲
忘却逐臣行邁苦
自疑身世是仙遊
택당의 선유담 시는 다음과 같다.
280.
푸른 바다 서쪽 해안엔 다시 호수와 산
경도의 누대가 한눈에 싹 들어오네
속인들의 발걸음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데
듣자 하니 신선들만 한가하게 왕래한다오
소나무와 돌은 모두 윤기를 머금었고
나는 구름과 새는 물에 비쳐 얼룩덜룩
최고의 운치로는 난주 타고 철적 불어
밤중에 깊이 잠든 용 깨우는 일이리라
滄溟西岸更湖山
瓊島樓臺一望間
未許俗蹤飛渡便
却聞仙客往來閑
松寒石瘦俱含潤
鳥渡雲移盡作斑
最好蘭舟橫鐵篴
夜深驚破睡龍慳
간이(簡易)의 선유담 시는 다음과 같다. 그중 한 수는
281.
바다 빛 못 빛이 언덕 하나로 나누어졌는데海色潭光隔一陂
비바람 몰아쳐도 변함없는 푸른 유리 세계이네無風雨改碧琉璃
어떻게 할 수 있으랴 선유하는 날安能直使仙遊日
크고 작은 못을 모두 내왕하는 일來往纔同大小池
하였고, 또 한 수는
282.
선유담 위에서 호올로 노닐 때
새 날고 구름 떠가는 속에 술 한 잔 마시네
한두 마리 백구 나를 알아본 듯이
부침 왕래를 일부러 더디게 하누나
仙遊潭上獨遊時
鳥度雲移把酒巵
一兩白鷗如識我
沈浮來去故依遲
명재(明齋)의 '선유담에서 간성 군수(杆城郡守)와 작별하면서 주다'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283.
소나무 밑에 마주 앉으니 정신 상쾌한데 長松對坐覺神濃
인간사 어찌 이곳서 만날 줄 예기했으랴 人事寧期此地逢
도원에 대한 말을 들으니 거듭 감개하나 聽說桃源重感慨
이 걸음 종용하지 못한 것 도리어 부끄럽네 此行還愧未從容
간성 군수 어른이 나를 위해 양양 오색의 명승지를 설명하고 그곳에 와서 살도록 권하 였으며, 또 지나는 길에 찾아 달라고 하였는데 바빠서 들르지 못하였다
『林下筆記』 卷之三十七,蓬萊秘書
이유원(순조 14년, 1814년~고종 25, 1888년)의 본관은 경주(慶州)이고 자는 경춘(景春), 호는 귤산(橘山)•묵농(默農)이다. 부친은 이조판서 계조(啓朝)이다. 헌종 7년(1841년) 정시 문과에 급제, 검열대교를 거쳐 1845년 동지사의 서장관으로 청나라에 다녀왔다. 고종초 함경도관찰사를 거쳐 좌의정이 되었으나, 고종 2년(1865년) 수원유수로 좌천되었다. 다시 영중추부사가 되었으며, 1873년 대원군이 실각하고 고종이 친정을 시작하자 영의정이 되 었다. 글씨를 잘 썼으며 특히 예서(隸書)에 뛰어났다. 저서로 『嘉梧藁略』•『橘山文稿』•『林下筆記』등이 있다. 시호는 충문(忠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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