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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 6백년 미래를 잇는 양양문화원

    蘘陽의 漢詩

    53. 윤선생(尹先生) 상(祥) 시집 서(詩集序) /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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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경술(經術)하는 선비는 문장에는 졸렬하며, 문장을 하는 선비는 학문에는 어둡다고 세 상 사람은 말한다. 그러나 내가 볼 때에는 그렇지 않다. 문장이란 것이 경술에서 나오는 것이니 경술은 곧 문장의 기초다.

    이를 풀이나 나무에 비유한다면 뿌리가 없이 가지가 무성하며 꽃과 열매가 열릴 수 있 겠는가. 『詩經』 · 『書經』과 『六藝』는 모두 경술이요, 시경 · 시경과 육예의 글은 곧 그 문장이다. 만일 능히 그 문장을 통하여 그 이치를 연구하여 정밀하게 이를 살피며 흐 뭇하게 그 속에서 젖어서 이치와 문장이 나의 가슴 가운데에 융합되며 모여들면, 곧 그 것이 나타나서 언어와 사부(詞賦)를 하는 데에 잘 만들려고 애쓰지 아니하여도 잘될 것 이다.

    예로부터 문장으로 한 세상에 이름을 날리고 후세에 전하는 사람은 모두 이러하였을 뿐이다. 사람은 다만 오늘날 이른바 경술이란 것은 글의 구절을 떼며 어구를 해석하는 공부에 불과하며, 지금의 소위 문장이란 것이 어구를 수식하며 짜임새를 묘하게 하는 정 도에 그치는데, 글의 구절을 떼며 어구을 해석하는 것이 무엇이 문화와 정치를 장식하는 문장과 관계가 있으며, 어구를 수식하며 짜임새를 묘하게 만드는 것이 어떻게 성리(性 理)와 도덕의 학문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인가.

    이리하여 경술과 문장을 두 가지로 보고 그것은 서로 이용이 되지 못한다고 의심하게 되었으니, 아, 그의 관점은 또한 천근하도다. 오늘 세상에 있어서 능히 분발 노력하여 유행하는 세속에 초월하여, 위로 공자와 맹자의 깊은 진리를 탐색하며 여퀠색하게 창작하 는 사람의 경지에 들어간 사람이 어찌 없다 할 수 있으랴. 그런 사람이 없다면 그만이지 만 만일 있다 하면 세상 사람들의 하는 말이 또한 일대의 어진 사람을 속이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 과거에 아무 관적에 있던 양양(襄陽) 윤(尹)선생은 곧 내가 말하려는 그 사람 이다.

    선생은 천품이 순수하고 독실하며 학문이 갖추어 통하였다. 그는 의리의 정미함에서 스 스로 얻은 바가 많았다. 그러므로 능히 시골에서 일어나서 조정에 등용되어 태학에 있기 를 전후 20여 년에 이르렀으며, 지도와 교육을 늙기까지 게을리 하지 아니하였고 당시의 높은 관리와 유명한 사람이 모두 그 문하에서 나왔으니, 스승으로서의 존엄함이 양촌(陽 村) 이후의 한 사람뿐이었다. 문장을 짓는 것은 비록 그의 본업이 아니었지만 평이하며 간결하고 타당하며 얼핏 보면, 속된 듯 하면서도 자세히 이를 감상하면 여유 있게 깊은 맛이 있으니, 모두 육경(六經) 가운데로부터 우러나와서 이루어진 것이다.

    같은 때에 스승의 자리[皐比]를 차지하고 있는 추부(樞府) 김말(金末)과 사성(司成) 김반 (金泮)과 문장(文長) 김구(金鉤)와 같은 분들은 경술은 비슷하다 할지라도 문장에는 같이 겨룰 수 없었으니, 선생은 이른바 일반 사람의 갑절인 덕과 재주를 가졌다 할 수 있다. 그의 평생 동안 지은 것이 적지 않았으나 짓고는 바로 버리곤 하여 한 장도 남지 아니하 였다.

    선생의 아들인 과거 군위 현감(軍威縣監)을 지낸 계은(季殷)은 나와 같은 해에 진사(進 士)에 합격한 사람이다. 흩어져 있는 속에서 가까스로 주어모아서 몇 권을 얻어서 편집 하여 한 질(帙)을 만들고 나에게 그 첫머리에 글을 쓰기를 청하였다. 나는 이르기를, “선 생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는 오래되었으나 지금까지 우리나라 사람이 선생을 태산북두처 럼 우러러 생각하며, 그가 제자에게 입으로 전수하신 경전의 정밀하고 순수한 말씀은 관 료 선비로부터 일반 학도까지도 모두 이를 붓으로 기록하여 인재를 많이 양성시킨 것을 서로 칭송하며, 역사가는 또 이를 역사에 올리기를 한두 번에 그치지 아니하여 사업의 찬란함이 족히 후세에까지 빛날 것이니, 이제 남은 글 토막 문장이야 전하지 아니한들 관계가 있겠는가.

    그러나 부모께서 남기신 물건이면 비록 갓과 신발, 휴대하시던 물품까지도 아들 된 사 람은 오히려 정성으로 간직하여 보존하려는데, 하물며 시와 문장은 부모의 마음에서 우 러난 것이며 부모의 음성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마땅히 군이 애써서 수집하여 자손 에게 영원토록 남겨주어야 할 것이다. 나도 간접적으로 선생께 배운 사람이다. 감히 기 꺼이 이를 쓰지 않을 수 있는가

     

    『續東文選』卷之十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