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낙산사보벽간운(洛山寺步壁間韻) / 상유(桑榆) 유사규(柳思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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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에 높이 걸린 등불은 밝고
방석에 한가롭게 참선하는 스님이 앉았네
하룻저녁 속되지 않는 이야기 도리어 무뢰하고
천리 밖 어버이 생각만 더 하네
蓮榻高懸照佛燈
蒲團閑坐入禪僧
一宵淸話還無賴
千里思親恨轉增
비단 같은 물결에 등불 같은 달빛 속에
선방에 고요히 노승과 마주 앉았네
탑에 달린 풍경소리 맑게 들리고
꿈속의 나그네 생각 깨달음 적네
波光如練月如燈
靜坐禪房對老僧
靈塔曉傳淸鐸響
夢中覇思覺未增
『金剛山詩集』下篇
유사규(중종 29년, 1534년〜선조 40년, 1607년)의 본관은 진주(晉州)이고 자(字) 여헌(汝 憲) 호(號) 상유자(桑榆子)이다. 명종 17년(1562년) 별시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였고, 홍문 관정자가 된 뒤 정언•지평•평양서윤해주목사 등을 역임하였다. 선조 26년(1593년)에 남양 부사가 되었다. 때마침 혹심한 기근으로 아사자(餓死者)가 속출하자 죽(粥)을 끓여 기민 (饑民) 진휼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듬해 병조참지, 이어 첨지중추부사, 판결사 등을 역임 했다. 이어서 봉상시정(奉常寺正)•병조참지 등을 거쳐 1604년에 첨지중추부사가 되고 곧 장례원판결사(掌隸院判決事)에 올랐다.
이 시는 낙산사 법당에 등불 밝은데 스님은 한가로이 참선하는데 아무리 좋은 이야기 나누고 싶지만 무뢰 해 보이는데, 멀리 계신 부모님을 생각에 잠긴다.
비단처럼 맑고 부드러워 보이는 물결과 등불 같이 밝은 달빛 속에서 스님과 마주 앉았다. 이러한 산사에 풍경소리 맑게 들리는 경치 때문에 꿈 속 같은 느낌에 나그네 자신은 깨달음이 적다고 표현하여 고요하고 여유 있는 산사의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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