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명주사(明珠寺)관련 시문학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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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김시습이 양양의 검달동에 머물 때 명주사에서 쓴 것으로 보이는“증승(贈僧)”이란 시가 관동일록 에 실려 전한다.
이헌경(李獻慶)은 삼척부사를 지내면서 동해안을 유람하였으며, 허훈(許薰)은 영남학파의 학통을 계승한 유학자이자 의병장이었다.『어성십경창화시』의 어성산수록(漁城山水錄)에 절의 서남쪽으로부터 청련암에 이 르기까지 골짜기에 비석과 탑이 첩첩한데, 방산(舫山) 허훈(許薰)이 지은「용악선사비명(聳岳禪師碑銘)」또 한 거기에 있다.97)라는 기록을 보아서는 용악 선사의 비를 세우던 광서구년 계미(1883, 고종 20년) 7월에 허훈이 명주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1. 김시습(金時習)의 시문
■ 중에게 주다.(贈僧)
是是非非世謾評 옳고 그름에 있어 세상은 헐뜯어 평을 하지만,
雲山回首沒人情 구름과 산을 돌아봐도 인정머리 없구나
已抛身外無窮事 벌써 몸 밖의 일은 던져 버렸으니
敢釣塵寰有限名 티끌로 덮인 세상 한 서린 이름 감히 낚으려니
素食淸齋祇樹寺 소식하며 청재98)함은 기수99)의 절이런가
裝香繕性法王城 향으로 장식하고 성품을 고치니 법왕의 성100)이라네
淵明本是瓚眉客 도연명은 원래 눈썹 찌푸린 나그네라네
分夜踈鐘勿使鳴 한밤중에 성긴 종을 울리지 말게나.
2. 이헌경(李獻慶)101)의 시문
■ 명주사(明珠寺)
蘭若爐香歇 향초가 다 타니 향기도 사그러들고,
蓮花畵色無 연꽃 그림도 색을 잃었다.
飛泉多掛樹 절벽에서 날리는 많은 물방울 나무에 걸리니,
落葉自歸廚 낙엽은 스스로 부엌으로 돌아간다,
暝覺蒼山合 황혼에 아득한 산과 하나됨을 깨달고는,
秋憐白塔孤 가을 하늘은 고독한 백탑을 애호(愛護)하네.
蕭條齋磬後 외롭고 쓸쓸히 선방에서 수행을 마친 후
喧殺下庭烏 의젓하게 하정의 까마귀를 벤다네.
⇒ 간옹선생문집(艮翁先生文集) 권지이(卷之二) 시(詩) 오언율시(五言律詩)
3. 허훈(許薰)102)의 시문
■ 將向明珠寺路中口號襄陽(양양의 명주사로 가는 도중에 한 수 더 짓다.)
不見溪流響但聞 시냇물의 흐름은 볼수 없고 단지 울림을 들을 뿐이니.
綠陰深處路難分 녹음이 깊은 곳은 길을 분간하기도 어려운데,
樵童遙指禪菴在 초동이 아득한 선승의 절이 있는 곳을 가리키니,
第一峯顚出白雲 제일봉 꼭대기에서 백운이 피어나네.
■ 抵明珠寺(명주사에서 막히다)
複嶺重關道路難 복잡한 산봉우리에 중관은 도로 가는 길의 어려움이요,
萬緣忽凈入松壇 온갖 푸른 숲에 갑자기 찬 기운이 소나무 제단으로 들어오네,
林紅灼爍明僧衲 숲에 붉은 기운이 성하니 스님의 적삼도 밝게 빛난다.
山翠空濛沁客冠 산의 푸름은 실체가 없는데도 나그네의 갓에 스며들었네,
佛氣千年金地冷 부처의 기운이 흐르던 천년 법당엔 냉기가 서리고,
經聲五夜玉燈寒 경 읽는 소리에 하룻밤 만에 옥등이 식으니,
明星雙樹空回首 금성과 사라쌍수103)가 머리에서 겉돌고
怊悵 高禪不可看 실의에 빠진 고 선사는 보이지 않네.
⇒ 방산선생문집(舫山先生文集) 권지오(卷之五) 시(詩)
4. 이용선(李容璇)과 최영택(崔永宅)의 어성십경창화시
1918년 어성십경창화시를 쓰게 된 배경으로“벗인 이용선(李容璇)이 어성전에서 2년간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홀로 산수(山水)의 흥취를 얻어 샘물과 바위를 아름답게 표현하고 구름과 나무를 평하여 순서에따라 열 가지 경치를 시로 썼다. 이에 군(郡) 안의 문인들에게 시(詩)를 구하니, 그것을 읊고 찬미하였다. 이 에 어성의 아름다운 이름이 양양 남쪽에 드러나게 되었다. 내가 그래서 산수(山水)의 경치가 좋은 곳은 산이 나 물에 있지 않고 사람에게 있다고 할 뿐이다. 1918년 2월 초순(初旬)에 남강산인(南崗散人) 최영택(崔永 宅)104)이 삼가 쓰다.”105)
■ 산사(山寺)의 모종(暮鐘)
梵鍾續出日西山 해는 서산에 있는데 범종(梵鍾)의 소리 이어지니,
聲在未撞動靜間 치지 않아도 울리는 종소리는 진동과 고요함 사이에 있네.
菩薩觀音能頓悟 보살은 삼매속에서 소리를 관하여 단번에 깨달음을 얻었고
闍梨不語自鳴閑 큰 스님[闍梨]은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려지니 한가롭네.
法雲穿破頭陁岸 법의 구름이 두타(頭陀)의 언덕을 꿰뚫고
花雨帶來覺海灣 꽃비를 데려다 깨달음의 바다에 물굽이치게 하니.
遙想姑蘇城外客 아득한 생각의 고소성(姑蘇城) 밖의 나그네는
霜天半夜刺般還 서리 내린 한밤중에 아린 마음으로 돌아가리라.
⇒ 龍洲(용주) 李容璇(이용선) : 어성십경창화시(漁城十景唱和詩) 160쪽
寒山欲暮暮鍾寒 저물어 가는 차가운 산의 쓸쓸한 저녁 종소리에,
警覺人間昏夢殘 놀라깬 인간의 밤 꿈은 잔상이 이어지는데.
飯後急椎雷共摶 밤 먹은 후 급하게 치니 천둥이 함께 엉긴다.
天邊細響月初團 하늘가에 가늘게 울리니 달이 영글기 시작하네,
吼鯨隱隱飜蒼海 고래의 울음이 은은히 푸른 바다로 번지고
啄雉鏘鏘下碧巒 꿩이 쪼는 금옥소리 푸른 산에서 내려오니,
如坐姑蘇城外夜 마치 고소성 밖에 앉아 밤을 맞는 것과 같은데
破他寥寂爽懷寬 누가 고즈넉함을 넓리 품어 시원하게 깨뜨려 줄 것인가?
⇒ 南崗散人(남강산인) 崔永宅(최영택) : 어성십경창화시(漁城十景唱和詩) 160쪽
寺鐘一落暮山寒 절의 종소리 한 번에 저녁 산이 식었네.
城外江楓漁火殘 성 밖의 단풍든 강가 고기 낚는 불 쇠잔하니.
船客聞聲迥桂棹 배위의 나그네가 계수나무 노를 젓는 소리 들리고
道僧不語坐蒲團 도통한 승려는 말없이 부들방석에 앉았는데
西天金氣鳴空界 서쪽 하늘에 가을 기운이 허공계(虛空界)를 울리니
覺海鯨音動碧巒 깨달음의 바다에서 종(고래)소리가 푸른 산을 흔드네,
佛樂亦能如許大 부처의 풍류 또한 능히 저처럼 큰 것을 용납하나니
書樓閑聽我懷寬 서재에서 한가로이 듣으니 나의 품은 너그럽다오.
⇒ 雪隱(설은) 이국범(李國範)106) : 어성십경창화시(漁城十景唱和詩)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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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2020 漁城十景唱和詩 漁城山水錄 自寺之西南, 以及靑蓮庵, 洞碑塔重重, 許舫山薰所撰聳岳禪師碑銘, 亦在焉
98) 청재(淸齋) : 마음을 깨끗하게 하여 재계(齋戒)하는 것을 말한다.
99) 기수(祇樹) : 부처님이 머물며 불법을 강의하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을 말한다.
100) 법왕성(法王城) : 부처님이 계신 성으로 불법을 닦는 도량을 말한다.
101) 1719(숙종 45)~1791(정조 15). 조선 후기의 문신·학자. 본관은 전주(全州). 초명은 성경(星慶), 자는 몽서(夢瑞), 호는 간옹(艮翁). 제 화(齊華)의 아들이다. 재주가 뛰어나 6, 7세에 벌써 문장을 이루었다.
102) 허훈(許薰)[1836~1907]은 근기남인(近畿南人)의 학풍과 영남학파의 학통을 계승한 유학자이자, 1896년 경상북도 진보에서 창의하여 진보의진(眞寶義陣)을 결성한 의병장이다.
103) 석가모니는 쿠시나가라의 사라수 숲속에서 열반하였는데 동서남북에 이 나무가 2그루씩 8그루가 서 있었으므로 '사라쌍수'라고 부르 기도 한다. 동쪽의 한 쌍은 상주(常住)와 무상(無常)을, 서쪽의 한 쌍은 진아(眞我)와 무아(無我)를, 남쪽의 한 쌍은 안락(安樂)과 무락 (無樂)을, 북쪽의 한 쌍은 청정(淸淨)과 부정(不淨)을 상징한다.
104) 최영택(崔永宅): 금계(錦溪) 이근원(李根元, 1840~1918)의『동유일기(東遊日記)』에 양양(襄陽)에 거 하는 걸출한 선비라 한 것으로 보 아, 금계와 비슷한 연배나 혹은 약간 앞선 시기의 인물로 보인다.
105) 李友 容璇, 訓學于漁城之二年, 獨得山水之趣, 粧點泉石品題, 雲樹第次十景, 而詩以記之. 仍 求詩於一郡之文人, 歌詠而贊美之. 於是乎漁 城之勝名, 著於襄之南矣. 余故曰, 山水之 名勝, 不在於山水而在於人也云爾. 戊午仲春上澣南崗散人崔永宅謹序
106) 이국범(李國範, 1869~1931): 강원도 양양 현북면 출생, 독립운동가이다. 1919년 4월 4일부터 9일까지 강원도 양양군(襄陽郡) 도천면 (道川面)과 강현면(降峴面)에서 전개된 만세운동을 주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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