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낙산사에서 양양 부사인 이여복 경용 종장을 만나서. / 택당(澤堂) 이식(李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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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洛山寺)에서 양양 부사(襄陽府使)인
이여복(李汝復) 경용(景容)종장(宗丈)을 만나서.
이날 눈이 크게 내렸다. 3수
누가 용왕 불러내어 옥가루 뿌리게 하였는가
머리 돌려 바라보니 절의 광경 새롭네
은백색 포말(泡沫) 거꾸로 쓴 푸른 바다요
봄철인 양 담복(簷葍)으로 하얗게 단장한 기수로세
세모에 올라와 굽어보니 그대로 마냥 절승(絕勝)
하늘 끝 타향 만나 뵌 분 바로 우리 집안 어른
귀로에 도롱이 젖은들 무슨 걱정 있으리까
구속 떨쳐 내버리고 술이나 한껏 드세
지인도 창주의 취향이 있었던지
신령스런 그 자취 동해안에 남겼네
자비로운 천수 관음(千手觀音) 동방에 한 손길 뻗쳐 줌에
웅장한 절 천추토록 홍몽을 제압하였네
경어 우는 소리에 스님들 발우(鉢盂) 공양했고
보배 기운 감돌면서 벽에서 무지개 뿜었네
백화 왕자가 지은 찬 한번 본떠 보려 해도
솜씨 겨룰 기막힌 시어(詩語) 없는 것이 부끄럽네
誰喚龍公撒玉塵
琳宮光景轉頭新
滄溟倒接銀濤沫
祇樹粧成白畐春
歲暮登臨仍勝地
天涯會合是宗人
不愁歸路簑衣濕
且鬪樽前漫浪身
至人亦有滄洲趣
靈迹曾留海岸東
一手慈悲奔鰈域
千秋臺殿壓鴻濛
鯨魚自吼僧催鉢
寶氣常騰壁吐虹
欲效白華王子讚
愧無奇語與爭工
진해(鎭海)의 낙가산(洛伽山)을 소백화산(小白華山)이라고도 하는데, 이곳도 바로 관음(觀 音)의 도량(道場)이다. 왕자 안(安)이 이에 대해서 찬(讚)을 지었는데, 무척이나 기이한 솜씨를 보이고 있다.
안견의 수묵화에 석천의 시편
천 년토록 가람의 기막힌 기예로 꼽혔네
이제는 겁화로 승려들마저 모두 떠나
이 명승지 마치도 골짜기 배가 옮겨진 듯
분향 구름 감로 법문 다시는 볼 수 없이
옛 추억 더듬어도 무너진 담에 기왓장뿐
그래도 다행히 선묘(宣廟)의 글 한 편 남아
신령스런 빛으로 여전히 산사(山寺)를 감싸 주네
安堅水墨石川詩
千載伽藍兩絕奇
劫火併將僧寶去
名區便覺壑舟移
香雲法雨虛無裏
解瓦頹垣指點疑
賴得宣陵宸翰在
神光依舊擁山祇
『澤堂先生集』卷之五,洛山寺。會襄府李汝復景容宗丈。是日大雪。三首
이식(선조 17년, 1584년~인조 25년, 1647년)은 본관은 덕수(德水)이고 자는 여고(汝固), 호는 택당(澤堂), 남궁외사(南宮外史), 택구거사(澤癯居士)이다. 좌의정 행(荇)의 손자로, 당대의 뛰어난 학자이자 문장가로 문풍을 주도하여 많은 제자를 배출했다. 문장능력이 뛰어나 절제된 문장으로, 시는 우아한 흥취가 표현되어 있다.
이정구, 신흠, 장유와 더불어 한문4대가(漢文四大家)로, 광해군 2년(1610년) 문과에 급 제하여 7년 뒤 선전관이 되었으나 폐모론이 일어나자 경기도 양동면 쌍학리로 낙향하여 택풍당(澤風堂)을 짓고 학문에만 전념하여 호를 택당이라고 하였다.
1623년 인조반정 후 이조좌랑이 되었다. 대사간으로 있을 때 실정(失政)을 논박하다가 여러 번 좌천되었다. 인조 20년(1642년) 김상헌 등과 함께 척화(斥和)를 주장하여 청나라 군사에게 잡혀갔다가 돌아올 때 다시 의주에서 잡혔으나 탈출하여 돌아왔다. 그 뒤 대사 헌, 형조•이조•예조 판서를 지냈다.
이식의 문장은 한문이 함축성과 살리면서 간결하고도 품격이 높았고, 5언율시를 잘 썼다. 한문4대가의 한 사람으로서 문풍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였고 소설의 폐단을 강경 하게 지적하고 소설배격론을 주장하며 허균을 공격했다. 시호는 문정(文靖)이다.
이 시는 이식이 간성부사로 부임하여 낙산사를 지나면서 쓴 시이다. 첫 수는 낙산에서 바다를 바라보자 눈 내리는 모습을 용왕이 옥가루를 뿌려 은백색의 포말이 선궁 같고, 은백색의 포말을 뒤집어 쓴 푸른 바다, 너무나 아름다움에 모든 구속을 떨쳐버리고 술이 나 마시면서 걱정 없이 살고 싶음을 노래하고 있다.
두 번째 수는 낙산은 관음보살의 상주처로 자비로움을 이야기하며 의상대사가 수정염주 와 여의주를 성전에 모셨던 고사를 인용하고 있다. 세 째 수 에서는 안견의 수목화와 임 억령의 시가 천년토록 아름다우며 전란으로 스님들이 모두 떠나 큰 변화로 폐허가 되었 다며 심회를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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