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이사군(李使君)과 수친계(壽親契)를 결성하여 / 택당(澤堂) 이식(李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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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양양(襄陽)의 이사군(李使君)에 대해서 같은 일가의 조카가 되는데, 나의 모친과 양양의 대부인(大夫人)이 똑같은 을묘생(乙卯生)이기 때문에, 내가 사군과 형제처럼 서울 에서 지내면서 수친계(壽親契)를 함께 결성했었다. 그런데 지금 어버이 봉양을 목적으로 외직(外職)을 간청하여 똑같이 영외(嶺外)의 관직을 맡고 있으면서 서로들 접경(接境)을 하고 왕래를 하고 있으니, 실로 희한(稀罕)한 인연이라고도 하겠다.
올해 임신년은 모친의 연세가 칠십팔 세가 되는 해인데, 2월 초사흘이 바로 탄신일이기 에 조촐하게 술과 음악을 마련하였다. 그런데 사군이 마침 기휘(忌諱)하는 일이 있어 참 석하지 못하고는 8일이 되었을 적에 대부인을 모시고 이곳에 이르렀으므로, 마침내 초아 흐렛날로 날을 정하여 관사의 동헌(東軒)에서 연회를 베풀고, 그 다음 날에는 사군이 관 사의 서헌(西軒)에서 연회를 베풀었으며, 다음 날 또다시 청하여 동헌에서 자그마한 자 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내가 청간정(淸澗亭)까지 모시고 갔다가 영동(嶺東)으로 돌아왔는데, 겨울과 봄 사이에 하루도 풍설(風雪)이 없었던 적이 없건마는, 이 당시 일주일 동안은 잇따라 날 이 개고 그렇게 온화할 수가 없었다. 내가 통음(痛飮)을 해 오지 않은 것이 오래되었는 데, 이때에 이르러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술에 흠뻑 빠져 지내게 되었다. 그리고 보통 때에는 현판(懸板)에 시를 지어 제(題)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으나, 돌이켜 생각해 보건대 지금의 이 일만은 전해 두지 않을 수 없기에, 율시 두 수를 지어 기록하고 아울 러 사군의 좌하(座下)에 써서 올렸다.
금강산 남쪽 기슭 신선 노니는 동굴이요
푸른 바다 동쪽 머리 해님 뜨는 나루로세
모두가 동갑이신 고령(高齡)의 두 분 모친
종친끼리 생신 잔치 성대한 모임 열었네
화려한 수레 검은 일산 가까이서 상봉하여
신선의 술과 과일 올려 새로이 송축하는 오늘
일천 년 전 영랑의 일 말할 것이 뭐가 있소
인간 세상 이 즐거움 만고 장춘(萬古長春) 족하네
맑게 갠 날 흰 모래밭 판여 모시고 가뿐가뿐
현수의 풍광이 수성까지 잇따랐네
달은 상현 지나서 어느 사이에 재생백(哉生魄)
한식 절기 맞아서 꽃들도 다투어 피네
노위의 경계 맞대고서 생신 잔치 함께 열고
교송의 축수 바치면서 교대로 올린 술잔
친족끼리 멋진 모임 극진히 하면 그뿐
해변이든 서울이든 굳이 따질 게 뭐 있으리
植於襄陽李使君爲同宗姪。而慈氏與襄陽大夫人同乙卯生。植與使君兄弟在京。同修壽親楔。 今爲養乞外。同爲嶺外官。接壤往來。實稀罕之遘也。今年壬申。慈壽七十八。二月初三日。乃誕辰。粗設酒樂。而使君適有忌不果來。越八日。使君奉大夫人至。遂卜初九日。 開筵館之東軒。明日。使君開筵于衙舍西軒。又明日。復請小設於東軒。植陪至淸澗亭而歸嶺東。冬春來無日不風雪。是時連七日晴和。余久不劇飮。至是不覺酩酊。尋常不喜作題板 詩。顧念此事不可無傳。仍以二律記之。兼錄奉使君座下。
金剛南麓遊仙窟
碧海東頭浴日津
大耋兩堂偕甲子
同宗高會屬初辰
華軿皀蓋逢迎近
玉醴瓊桃頌祝新
莫說永郎千載事
人間此樂足長春
鳴沙晴路板輿輕
峴首風煙接水城
月過上弦初展魄
花臨寒食政催榮
封隣魯衛叨聯席
壽祝喬松遞進觥
但得情親窮勝事
滄濱何異在秦京
『澤堂先生集』卷之五,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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