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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산 시문

    유한계록(遊寒溪錄)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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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 유한계록(遊寒溪錄)   


    옥동(玉洞) 문익성(文益成) 



    을해년(1575) 

     내가 양양 부사로 있을 때, 최도경과 배경부, 두아들려와 할과 함께 한계산를 유람하기로 하였다. 현산성(峴山城)으로부터 향현(香峴)을 넘어 한계령에서 말을 쉬게 하였다. 동쪽으로 푸른 바다를 접하고있어 구름낀 물결이 까마득하였다. 서쪽으로 설악산을 보니 돌부리가 높이 솟아 있다. 때마침 장맛비가 개이니 사방에서 부드러운 구름이 모여 한계에 이르기도 전에 맑은 흥취로 먼저 날고 싶다.

     고개 아래 5리쯤에 골짜기가 그윽하고 조용한 있어 백암(白巖)이다. 몇 개의 서까래가 얹혀진 띠집이 한 골짜기 자연의 경치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진실로 그림 속 외진 마을이다. 서쪽으로 2리쯤 가서 시내 하나를 건넜다. 방황이며 사방을 돌아보니 끊어진 산기슭이 하나 있는데, 암벽이 천 길로 솟아 있다. 

      두 시내가 끼고 흐르며 거센 폭포가 옥 같은 물방울을 뿜어낸다. 아래는 돌로 된 못이 있는데 깊고도 맑으며, 위에는 푸른 소나무가 있어 교대로 푸름을 발산하니 진실로 명승지이다. 

      드디어 석축대로 옮겨가서 그 위에 둘러 앉았다. 이곳이 팔선 구역이다. 최도경으로 하여금 이름을 짓게 하니 쌍폭대라 하였다. 배경부로 하여금 늙은 잣나무 줄기에 글씨를 쓰게 하고, 또 아이들로 하여금 낚시를 하게 하여 송강의 송사리를 얻어 회를 쳤다. 추로주 몇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청담으로 반나절을 보냈다. 속세에 대한 생각이 점점 적어짐을 깨달았다.

      시내를 거슬려 오르며 십 리 쯤 가니 옛 역 터 자리가 있는데 그 사이에 맑은 물과 흰 바위가 있어 갈수록 더욱 기이하였다. 또 서쪽으로 5리 남짓 가니 본사가 있었다. 양쪽 언덕에 돌벽이 좌우로 깎아지른 듯이 가로 질려 있어 몇 겹이나 되었다. 말을 재촉해서 절에 도착했다. 사면에 돌 봉우리가 은빛 족자처럼 깎아지른 듯 서 있고, 한 줄기 맑은 시내가 벽옥같이 흐른다. 뜰 가운데 오층석탑이 있는데 매우 오래 되었다. 각자 오언절구를 읊어 그 면에 쓰게 했다.

      저녁을 먹은 후에 지팡이 짚고 시내를 따라 서쪽으로 갔다. 수십 보 쯤 가니 천석이 더욱 절경이고 각자 돌을 차지하고 자유롭게 앉았다. 혹은 시를 읊고 혹은 고기를 잡고 혹은 술을 들어 서로 따라주었다. 머리를 돌려 북쪽을 바라보니 층층이 이어진 산과 겹겹이 포개진 봉우리는 소나무와 계수나무가 연하에 감싸여 어우러져서 어렴풋이 도끼자루 썩은 줄 모르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석문을 돌아 나왔다. 돌아서 북쪽으로 칠팔 리 쯤 가서 형제령을 넘었다. 말을 세우고 남쪽을 바라보니 바로 어제 저녁 북쪽에 보이던 여러 봉우리들이 모두 눈 아래에 있었다.

      구불구불 비스듬히 서쪽으로 3, 4리 쯤 가서 소동령에서 말을 쉬게 했다. 고개를 내려와 한계로 들어가 골짜기를 오르니 천 그루의 소나무, 전나무가 울창하여 계곡에 가득했다. 혹은 바위 벼랑에 홀로 우뚝 서 있는데, 저절로 말라 부러져 동량의 재목됨을 헛되이 되었다.

     뛰어난 목수의 거둬들임을 보지 못했다. 감흥이 없을 수 있겠는가. 점점 내려가 이삼 리 쯤에 골짜기가 그윽하고도 깊어 나무들이 무성히 우거져 빽빽한 잎들이 햇빛이 드는 것도 막으니 맑은 그늘이 매우 사랑스러웠다.

      한 줄기 긴 시내가 만 번 구비져 구불구불 흐른다. 말이 가는 대로 맡겨두니 천천히 가니 몇 번이나 물길을 건넜는지 모르겠다. 이십 리 남짓 가서 시내를 하나 건너니 대여섯 명이 앉을 만한 평탄한 바위가 있다.

      푸른 소나무 그늘이 그 위에 있고 흰 돌이 아래에 펼쳐져 있다. 맑은 물이 여울져 흐르니 갓끈을 씻을 만하다. 시냇물은 설악의 상봉에서 시작되어 서남쪽으로 흘러 여기에 이르기까지 거의 육십 리쯤이다.

     여기로부터 한계사의 옛 터에 이르기까지 많은 바위와 계곡은 모두 돌이다. 혹은 넓어 혹은 치아처럼 깎아지른 듯 서 있고 기이하고 괴이한 형상은 다 기록할 수 없다. 드디어 말에서 내려 청려을 짚고, 푸른 넝쿨을 부여잡고 바위틈으로 난 한 줄기 길을 따라 물고기 꿰미처럼 나아갔다. 열 걸음에 아홉 번 쉬었다. 비로소 환희대 꼭대기에 도착했다.

     바야흐로 좋은 땅은 험한 곳에 있음을 알겠다. 신선의 풍채나 도인의 골격이 있지 않고 어찌 이곳에 이를 수 있겠는가.

      대승암으로 돌아와 폭포를 구경하러 갔다. 폭포는 암자에서 오륙 리 거리에 있다. 돌길은 딱딱하고 메말라 발을 제대로 댈 수도 없었다. 폭포의 남쪽 산에 도착하고 나서 바라보나 푸른 벼랑과 검은 절벽이 몇 만 길인지 알 수 없다. 한 줄기 맑은 시내가 바로 그 아래 사이에 곧 바로 떨어지는데, 혹은 돌에 부딪혀 흩어지고 물방울이 진주 구슬처럼 뒤섞이고, 혹은 바람을 따라 아래로 떨어졌다. 옥같이 하얀 실처럼 날아 오른다. 물이 얕아 웅장한 경관을 만들지는 못하였다. 하인에게 푸른 가지를 꺾게 하여 물길을 가로 막았다. 잠시 있다 막을 것을 치우자 곧 물길이 빠르고도 웅장하였다.

      천둥과 바람이 서로 부딪치고 대낮의 푸른 하늘에 벼락이 치듯 소리가 온 골짜기에 기세가 여러 산을 흔들어 머리털이 곤두서고 마음속도 모두 시원해졌다. 연못 아래를 굽어보니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바로 손으로 떠서 장난치고 싶었지만 매우 험준한 절벽에 달려 있어 다가갈 틈이 없었다. 또 이곳이 신룡의 굴집이로다. 

      드디어 그늘질 벼랑을 따라가 앉아서 종일토록 노닐며 쉬었다. 가슴에 품은 것들을 십분 풀어냈다. 앉아 있던 대를 원폭이라 이름 짓고, 산사람에게 노송나무 줄기에 크고 가지런하게 사용하게 하였다.

      사방으로 천봉이 옥처럼 둘러서 함께 하고 있다. 대의 북쪽에 청룡봉과 백운봉이 있고, 대의 동쪽에 부용봉, 경일봉이 있다. 대의 남쪽에 법옥봉, 천옥봉, 천주봉이 있다. 그 밖에 은빛의 아름다운 등성이는 능히 다 셀 수 없다. 제령을 넘어서 시냇가 돌 위에서 쉬었다.

     바라보니 천 개의 바위가 빼어남을 다투고, 만 개의 골짜기가 다투어 흐르고 신선이 숨어 사는 곳이라 일컬을 만 하였다.

      근원을 다하여 끝까지 찾아보고자 시내를 따라서 내려가니 숲이 아름답다. 아름답고 아지랑이가 가렸다. 붉은 벼랑과 푸른 절벽이 구름 끝에 우뚝 솟아 있고 한 줄기 시내가 그 사이로 흐르는데 흰 돌로 한 점의 티끌과 모래도 그 사이에 끼어든 것이 없었다.

     삼사 리 가니 시냇물 가운데 바위 하나가 널찍하고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다. 자라등에 바위가 있는 듯한데 생학대라 이름하였다. 시내 가에 반석이 있는데 맑고 평평하여 오륙십 명이 족히 앉을 수 있다. 반타석이라고 이름 지었다.

      돌의 위아래가 모두 맑은 못이 있다. 돌 위에 열 지어 앉으니 표연히 먼 곳으로 훌쩍 날아 갈 듯 한 생각이 들었다. 

    아! 이같이 빼어난 명승지가 가시덤불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이 몇 천 년이었던지 알지 못한다. 한계령를 거쳐 동서로 가는 자 또한 몇 만 명이었던지 알지 못하겠지만, 일찍이 이 경치를 평한 자가 하나도 없으니 우리들이 그것을 드러내니 이것이 운명이 아니겠는가.   


    『玉洞集』


     


    「遊寒溪錄」 


    乙亥. 余守襄陽. 與崔蹈景裵景孚及二子勵, 劼將遊寒溪. 自峴山城踰香峴. 歇馬于寒嶺. 東臨滄海. 雲濤茫茫. 西瞻雪岳. 石角峨峨. 況積雨新霽. 纖雲四捲. 未到寒溪. 逸興先飛. 下嶺五里許. 有洞窈窕. 名曰白巖. 數椽茅屋. 獨占一壑煙霞. 眞箇畫中孤村也. 西行二里許渡一澗. 彷徨四顧. 得一斷麓. 壁立千尋. 雙溪挾流. 亂瀑噴玉. 下有石潭澄淨. 上有蒼松交翠. 眞絶勝區也. 遂移石築臺. 列坐其上. 此八仙區第一程也. 使蹈景名之. 曰雙瀑臺. 使景孚白書于老栢榦. 又令童子釣得松江小鯈作膾. 飛秋露數觴. 淸談半日. 忽覺塵慮漸少. 遡溪而行十里許. 有古驛基其間淸川白巖. 步步愈奇. 又西行五里餘有本寺. 兩崖石壁橫截左右者數重. 促馬到寺. 四面石峯. 削立銀幛. 一曲淸溪. 流注碧玉. 庭中有五層石塔甚古. 各口占五言小絶題其面. 夕餔後杖策緣溪而四. 數十步許. 泉石尤絶. 各占石散坐. 或詠詩或釣魚. 或擧酒相屬. 擡頭北望則層巒疊嶂. 松桂煙霞. 依依然有爛柯之想. 翌日. 還出石門. 轉而北行七八里許. 踰兄弟嶺. 駐馬南望則昨夕北望諸峯. 皆在眼下. 逶迤西行三四里許. 憩馬于所冬嶺. 下嶺入寒溪上壑. 千章松檜. 蔚然而滿谷. 或特立巖崖. 自枯摧折. 虛負棟樑之材. 未見匠石之收. 不能無興感焉. 稍下二三里許. 洞壑幽邃. 林木莾䔿. 密葉翳日. 淸陰可愛. 一帶長川. 萬曲縈紆. 信馬徐行. 不知其幾回渡也. 行二十餘里渡一澗. 盤石可坐五六人. 靑松陰其上. 白石鋪其下. 淸流激湍. 可以濯纓. 川發源於雪岳上峯. 西南流至此幾六十里. 自此至寒溪古基. 千巖萬壑. 都是石也. 或磅礴雄峙. 或容牙削立. 奇形怪狀. 不可殫記. 遂舍馬而徒. 杖靑藜攀碧蘿. 緣巖罅一線路. 魚貫而進. 十步九休. 始窮歡喜臺絶頂. 方知勝地在險. 非有仙風道骨. 安得至此乎. 還大乘庵. 因往觀瀑布. 瀑布距庵五六里. 石路磽确. 未穩着足. 旣到瀑布之南巒望見. 則蒼崖鐵壁不知其幾萬丈也. 一帶淸川. 直下其間. 或觸石而散. 蠙珠交錯. 或隨風而下. 玉絲飛翻. 第以水淺. 未做壯觀. 令僕夫折持靑枝. 橫障其源. 有頃決之. 則流波迅壯. 雷風相薄. 白日靑空. 霹靂交鬪. 聲振一壑. 勢掀羣岳. 毛髮盡豎. 心魂俱爽. 俯瞰下淵. 深不可測. 直欲掬手相戲. 懸崖絶險. 無隙可緣. 此又神龍之所窟宅也. 遂逐陰崖而坐. 玩愒終日. 胸中査滓. 蝢釋十分. 名所坐之臺日玩瀑. 使山人太均書于老松榦. 四面千峯. 玉立環拱. 臺之北. 有靑龍峯白雲峯. 臺之東. 有芙蓉峯擎日峯. 臺之南. 有法玉峯, 天玉峯天柱峯. 其餘銀巒玉岡. 不能殫數. 踰弟嶺憩于溪石上. 見千巖競秀. 萬壑爭流. 謂仙靈之所隱居. 將欲窮源極探. 沿溪而下. 琪林玉樹. 掩映煙中. 丹崖翠壁. 崔崒雲表. 一溪中注. 渾是白石. 而無一點塵沙間其隙也. 行三四里. 溪心有一巖. 磅礴雄蟠. 有類鰲背巖名之曰笙鶴臺. 溪邊有盤石. 淸瀅磨平. 可坐五六十人. 名之曰盤陁石. 石之上下. 皆有澄潭. 列坐石上. 飄然有遐擧之想也. 噫. 如此絶勝. 沒於荊棘中者不知其幾千年. 由嶺而之東西者亦不知幾萬人. 無一人曾評得此境. 而自吾輩發之. 無乃數也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