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씨(伯氏)께 올림 병자년(1696)(上伯氏 丙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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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씨(伯氏)께 올림 병자년(1696)(上伯氏 丙子)
농암(農巖) 김창협(金昌協)
청평산(淸平山)은 비록 그다지 뛰어난 절경은 아니지만 매우 마음에 들어 그냥 떠나고 싶지 않게 하니, 눈으로 보는 경치가 귀로 듣는 소문보다 못하지 않다는 말은 오직 이 경우에 해당될 것입니다.
설악산(雪嶽山)의 봉우리는 풍악산(楓嶽山)과 너무도 닮았는데, 다만 이곳에는 풍악산처럼 정양대(正陽臺)가 있지 않아 한눈에 온 산을 볼 수 없고 또 마음껏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곡연(曲淵)과 봉정(鳳頂)은 모두 가보지 못하였습니다.
수석(水石)의 경관은 그다지 대단한 구경거리가 못 되지만 폭포는 전에 본 적이 없는 특이한 것이었습니다. 박연폭포(朴淵瀑布)가 웅장하다면 이곳의 폭포는 아름답고, 박연폭포가 뛰어난 기세를 갖추었다면 이곳의 폭포는 운치가 뛰어납니다. 그래서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순위를 정할 수는 없지만 더 특이한 것은 이곳일 것입니다.
대승사(大乘寺)는 별다른 뛰어난 경치는 없습니다만, 한 가지 훌륭한 점은 지대가 높고 깊은 산속이라 속세 사람들의 흔적이 없는 깨끗한 곳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나 중마저 떠나 황폐해져 버린 것이 유감스러울 뿐입니다.
『農巖集』
「上伯氏」 丙子
淸平雖不甚絶特. 而極可愛. 令人不欲捨去. 所見不減所聞. 唯此爲然. 雪嶽峰巒. 絶類楓嶽而但苦無正陽臺. 不能盡聚於目前. 又不能極意窮探. 如曲淵鳳頂. 皆未入杖屨中. 水石之勝. 殊無大段可觀. 而瀑布之奇. 則前所未見. 蓋朴淵雄壯. 而此則縹緲. 朴淵以氣勢勝. 而此則以格韻勝. 甲乙雖未易定. 而此尤奇異矣. 大乘無他勝. 只高深非人境. 恨僧去荒落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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