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 은구어(銀口魚)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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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 복숭아꽃이 수줍은 미소를 머금을 때면 남대천 여울에서는 날렵한 속도로 반짝이는 작은 물고기가 찾아오는데 바로 은구어(銀口魚)로 불렸던 바다빙어과 어류인 은어(銀魚)이다.
조선 시대에는 6월 종묘 의례인 천신제(薦新祭)를 지낼 때 올리던 제물의 하나로 맛이 좋아 회나 구이로 이용하였다.
은구어는 양양부(襄陽府)의 주요 특산물로『대동지지(大東地志)』, 『관동읍지(關東邑志)』, 『현산지(峴山志)』등의 토산조(土産條)와 진공조(進貢條)에도 전한다.
현산지 진공조
은어의 다른 이름
양양에서는 은어의 별칭은 없으나 다른 지역의 방언으로는 언어, 처리, 열광어, 은광어(銀光魚), 은구어라 부른다. 은어는 오이나 수박 향이 나고 맛이 좋아 향어(香魚)라고도 하는데 특히, 양양 남대천 은어는 수박향이 짙어 최상품이라고 한다. 수명이 대개 1
년이므로 연어(年魚)라고도 한다.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와『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중 제7지(七志)인『전어지(佃漁志)』에는 턱뼈가 은빛과 같아서 은구어라 부른다고 하였다.
도루묵이 은어가 된 사연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피난처에서 은빛 나는 물고기 맛있게 먹고는“이렇게 맛있는데 묵어(墨魚)라니, 앞으로 은어(銀魚)라고 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궁으로 돌아와 다시 먹어보니 그 맛에 실망해서 “도로묵(默)이라고 부르라”고 하였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은어는 민물고기이며 도루묵은 바닷물고기
인데 간혹 은구어(銀口魚)를 도루묵으로 잘못 번역한 책자도 있다.
은어의 서식지
제주도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모든 하천과 연안에 서식하며, 일본·중국·대만 등지에도 분포한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황해도 소속 49개 군현의 토산으로 기록되어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강원도, 함경도, 평안도가 포함되면서 109개 군현의 토산으로 확대 기록되어 있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로 본 은구어(銀口魚)
『조선왕조실록』세종 21년 윤2월 5일자를 보면 진상용이 아니면 고을 수령이라도 사람을 시켜 은구어를 잡는 것을 금지했다. 또한 문종 즉위년 10월 10일에는 독약을 써서 잡는 것을 금하였다. 성종 14년 9월 20일자를 보면 생은어와 말린 은어, 은구어젓〔銀口魚鮓〕등 다양한 형태로 진상되었다. 성종 23년 7월 19일자에 따르면 진상하는 마른 은구어
는 날짜가 오래되어 맛이 변해 왕의 반찬에 적합지 않아서 사옹원(司饔院)에서는 은구어를 어살〔漁箭〕로 잡은 것 중에서 싱싱하고 좋은 것만 골라서 얼음에 담거나 소금을 약간 뿌려 진상(進上)할 것을 청하였다.
『승정원일기』숙종 33년 7월 6일 강원감사 서목에는 양양부사 정필동을“유월 은구어(銀口漁)를 신께 바치라는 천신령(薦新令)을 받고도 살피지 않은 죄로 파면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江原監司書目。襄陽府使鄭必東, 以六月令薦新銀口魚, 該封官不謹之罪, 理難獨免, 罷黜事。
/ 강원감사서목。양양부사정필동, 이육월영천신은구어, 해봉관불근지죄, 이난독면, 파출사。
정필동 양양부사 선정비
회유성(回遊性) 은어와 육봉형(陸封型) 은어
은어는 비록 민물에서 부화하여 바다로 내려가 자라지만, 산란기 이전에 일찍 다시 강으로 올라와 6개월 정도 살다가 알을 낳는 양측회유성(兩側回遊性) 어류이다.
그런데 강 중간에 댐이나 보(洑)가 생겼다거나 하는 이유로, 강 상류에서 부화하여 바다로 내려가지 못하고 평생 민물에서 살게 된 은어를 육봉형(陸封型) 은어라 한다. 정상적으로 바다로 내려갔다가 올라온 은어(체장 30cm)에 비해 몸집은 조금 작아서 체장이 20cm정도이다.
은어 낚시법
은어 포획을 위하여 6월부터 낚시꾼들이 몰려오는데 낚시 방법은 다양한 편이다.
‘놀림낚시’는 일본어로‘도모쓰리’라 하는데 하천으로 올라온 은어가‘자기 영역권을 지키려는 텃세 행동’을 이용한 방법으로, 씨은어 한 마리를 미리 낚시에 꿰어서 다른 은어의 세력권에 넣으면 텃세를 하는 은어가 공격적인 행동을 하다가 낚이는 방법이다.
또 다른 낚시 방법은 생미끼나 가짜미끼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대개 어린 은어를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미끼로는 크릴(작은 새우), 구더기 등이 쓰이고 가짜미끼로는‘파리낚시’일명‘개바리 낚시’가 주로 사용된다.
이 외에도‘훌치기낚시’가 있으나 주로 전문 은어 낚시꾼이 많이 쓰는 방법이다.
포획 및 낚시 금지 기간
은어가 회유하면서 치어로 생존하는 기간인 4월 20일부터 5월 20일까지, 산란 기간인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는 포획 금지 기간이다.
깨끗한 수질 환경과 어족 자원의 보호를 위하여 버려진 낚싯바늘과 폐어구 등은 반드시 수거하여 오랫동안 강태공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남대천이 될 수 있도록 보존에 협조하여 줄 것을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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