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창작으로 전통문화 만들기 - 전통창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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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는 새롭게 만들어진다. 원래부터 전통문화는 없었다. 사람이 살면서 전통문화는 만들어진 것이다. 사람의 가치관도 인생관도 세계관도 생사관도 모두 살면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필자는 전통창작론이란 입장에서 양양의 동해신사 전통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동해신사는 새로운 전통이 생긴다.
동해신사는 고려시대에 개성을 중심으로 정동진에 해당하는 양양에다가 동해용왕을 모시는 사당을 지어서 제사를 올린 데서 비롯했다. 그때 정남에는 남해신사가 정서에는 서해신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국가에서 백성들을 달래고 통치하는 수단으로 그 중요성을 인정해서 중사(中 祀)의 예로 대했다. 이렇게 모든 전통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문화에 시간과 역사성[사건]이 더해지면 전통문화가 된다. 이런 전통창작론을 부정하면 어느 나라 어느 지역 할것 없이 모든 전통문화는 있을 수 없다. 양양에서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서 오래 지속되면 양양 전통음식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동해신사의 전통을 누가 어떻게 개발하느냐는 중요하다. 그렇게 문화는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한국문화는 한국 사람이 만든 문화이다. 서양의 음악 서양의 신앙을 바탕으로 한국 사람이 한국 토양에 맞게 음악과 신앙을 만들면 한국의 음악이고 한국의 신앙이 된다. 인도의 불교가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불교가 된 사례와 같다. 유학이 한국에서는 중국유학이 아니라 한국유학으로 살아남는다. 그런 것이 나중에는 한국의 전통 미풍양속이 되어 계승이 된다. 동해신사를 배경으로 누가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새로운 콘텐츠로 탄생이 된다. 이런 것은 언제나 유행을 타기 때문에 지속의 여부 문제이지 사라지고 보전되는 문제는 따질 필요가 없다. 사람들이 공감해서 반응이 좋으면 오래 지속되는 것이고, 공감하지 않아 반응이 좋지 않으면 금방 사라지는 것일 따름이다. 그래서 양양에서 동해신사와 관련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면 그것이 동해신사의 전통문화가 되는 것이다.
양양에서 만든 동해신사이야기에 동해신사 관련 사실이 아주 조금 들어가도 전혀 문제가 없다. 이야기는 얼마든지 원형을 벗어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마인드맵도 이야기자원에서 원형(原型)-발상(發想)-연상(聯想)을 거치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진다.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의 이야기마케팅[Story Marketing]에 따라 달라진다. 34) 우리가 어렸을 때 불렀던 <원숭이 엉덩이>노래를 생각해 보자. ‘원숭이엉덩이는 빨개-빨간 것은 사과-사과는 달아- 단 것은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 백두산은 높아 …’ 등으로 내용이 이어진다. 이 노래에서 원숭이 엉덩이와 백두산은 전혀 상관이 없다. 이렇게 변해도 동해신사와 관련된 이야기이고 동해신사와 관련된 문화라면 그것은 동해신사의 전통문화가 된다.
허목(許穆, 1595~1682)이 지은 <척주동해비(陟州東海碑)>는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아주 좋은 원천자료이다. 분명한 이야기도 있고, 또 그 이야기의 내용도 좋다. 글씨도 달필이다. 제의도 행한다. 그런데 지켜보면 척주동해비는 같은 삼척에 있는 해신당보다도 문화콘텐츠로 발전 시키지 못했다. 무엇 때문일까? 필자가 생각하기에 너무나 퇴조비(退潮碑)라는 원형보전에 치중 해서이다. 그동안 척주동해비 관련 사항을 보면 척주동해비의 비문을 써서 세우고 나서 해일을 막았다는 사실에 너무 치중해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콘텐츠로 만들어 나가야 했다. 대부분 척주동해비문의 글을 새긴 도자기, 병풍, 액자, 족자 등의 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행위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척주동해비를 부적(符籍)의 기능으로만 사용했다. 그것도 상당히 비싼 값으로 판매하였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콘텐츠이다.
그런데 삼척 갈남의 해신당(海神堂)은 척주동해비와는 다른 입장에서 접근이 되었다. 남녀의 사랑이 담긴 당신화에 슬픈 사연을 담은 해일의 피해를 넣었고, 원한을 푸는 장치로 남녀의 원초적인 성기(性器)를 첨부하였다. 쉽게 남에게 드러낼 수 없는 것이 성기이지만 해학과 풍자의 대명사로 쓰이는 것이 성기이다. 감춰야 할 대상을 드러냈으니 부끄러움이 아니라, 웃음이 된것이다. 웃음이 됐으니 누구나 어디에서나 얘기할 수 있는 부끄럽지 않은 이야기로 변신한 것이다. 급기야 남성의 성기는 해학의 상품이 되어 익살로 유머로 변신하여 남근 장승 깎기 행사로 이어졌고, 성기 박물관이 되었다. 신앙이 상품으로 변한 사례이다. 그 때문에 원초적 상징과 해학은 폭넓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반응이 좋았다. 매년 20만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명소로 탄생한 사례이다. 해신당의 사례는 전통이 쉬운 콘텐츠로 창작되어 진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해신당과 해신당신화는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필요에 의해서 만들었다. 그리고 확장시켰다. 사람들은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이해할 수 있었고, 웃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이 둘의 사례에서 보듯 하나는 실패했고, 하나는 성공했다. 무엇 때문일까? 생각의 차이이다.
너무 원형에만 집착해서 생각이 확장되지 못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여 반응하지 않게 된다. 관광의 성공요인인 특별하면서도 보편성을 띠어 열광하게 만들려면 재미가 있어야 하고 어렵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 쉽게 공감하고 반응하여 재방 문을 이끌어낼 수 있다.
동해신사의 전통은 재미와 쉬움으로 창작되어야 한다.
첫째, 동해신사의 경우도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서 신사의 접근을 쉽게 해야 한다. 문이 꽉 잠긴 동해신사는 아무도 찾지 않는 지방기념물이고 죽은 박물관이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처럼 공룡이 살아 움직이게 하고 익룡을 타고 하늘을 날고 공룡과 놀이를 하는 살아있는 박물관을 만들 듯이 동해신사도 바뀌어야 한다. 엄숙한 신앙의 대상으로 남은 동해신사는 영원히 지금의 모습으로 접근을 불허하고 반응하지 않는 소나무 숲 속의 건물일 뿐이다. 최소한 동해신사의 내부를 누구나 쉽게 가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사방이 막힌 동해신사는 누가 가도 사진 한 장 찍을 수 없다. 주변엔 화장실도 갖춰지지 않았다. 동해중수기 사비문은 글씨가 작아서 읽을 수조차 없다. 게다가 나무진이 떨어져 글씨를 가리고 지저분하기 까지 하다. 자동차 한 대 댈 수 없는 공간이다.
둘째, 동해신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야 한다. 언제까지 동해신사의 전통을 어려운 단어 중사(中祀)로 남게 할 것인가. 왜 중사의 제의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퍼포먼스로 만들어 지지 못하는가. 왜 동해신사의 용과 용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익살스런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소설, 뮤지컬, 대중가요, 연극으로 만들어지지 못하는가. 왜 쉽게 이해시키고 알리고자 낙산 앞바다에서 용이 등장하여 꿈틀거리면서 춤추지 못하고, 용오름을 연출하지 못하는가. 양양은 해오름의 고장이다. 용오름과 해오름이 함께 하면 정말 환상적인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반응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러려면 보다 쉽게 동해신사를 이해하고 알 수 있도록 만들어 가야 한다.
셋째, 동해신사의 용과 용신을 쉽게 가지고 놀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용은 크고 웅장하다는 기존 관념을 버려야 한다. 등용문에서 용이 되는 실체는 뱀이 아니라 잉어와 같은 물고기이다. 『후한서』<이응전(李膺傳)>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황하(黃河) 상류의 하진(河津)을 일명 용문이라 하는데, 흐름이 매우 빠른 폭포가 있어 고기 들이 오를 수가 없다. 강과 바다의 큰 고기들이 용문 아래로 수없이 모여드나 오르지 못한다.
만일 오르면 용이 된다.(一名龍門, 水險不通, 魚鼈之屬莫能上. 江海大魚, 薄集龍門下數千, 不得 上. 上則爲龍.) 35)
뱀을 가져놀기에는 문제가 많다. 징그럽고 무섭다. 그래서 쉽게 장난감으로 만들거나 놀이기 구로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러나 용이 되는 물고기는 누구나 쉽게 가지고 놀 수 있다. 물고기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기에 전혀 부담이 안 된다. 어른들도 그렇다. 낙산사 풍경처럼 고즈넉한 산사의 울림과도 연계할 수 있다. 사람들의 소원을 이루는 등용문 상징의 물고기는 낙산의 바다와 낙산사와 사람들이 잘 어울릴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동해신사는 쉽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전통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 남원의 춘향콘 텐츠, 장성의 홍길동콘텐츠, 춘천의 공지천콘텐츠 등처럼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야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반응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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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이학주, 「지역향토자원을 활용한 관광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개발 연구」, 인문과학57, 성균관대학교 인문학연구원, 2015, 209~237쪽.
35) 고사성어사전.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26XXXXX00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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