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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산 시문

    해유록(海游錄)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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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 해유록(海游錄) 상 5월 18일(경인)   


    신유한(申維翰)



     날이 갬.

     이날은 바로 예조에서 택일한 배를 타기 좋은 날이었다. 사신이 이미 일로 문서를 밀봉하여 임금에게 올렸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하였다. 또한 남풍이 가로막고 있어서 비록 바다를 건널 수는 없었으나 바다를 개통할 배를 시험하는 전례가 있었다. 조반 먹은 후에 세 사신이 용정(龍亭)을 받들고 절월(節鉞)과 고취(鼓吹)를 갖추어 하나하나 일본에 들어가는 의식과 같이 하여, 배위 타루(柁樓)에 올라가 장막을 걷고 앉았다. 모든 요속(僚屬)도 다 나와 따랐다. 

     나는 최근의 전례를 적용받아 정사(正使)의 배로 탔다. 항구(港口)에서 일시에 돛을 올려 20리를 가 대양(大洋)의 어구에 이르렀다. 노를 저어 배를 전진시키려 했으나, 역풍(逆風)이 일고 물결이 세어 전진하지 못하고 머물렀다.일제히 절영도(絶影島)에 정박하였다.

     이날 하늘빛과 수면의 만경(萬頃)이 맑고 푸르러 멀리 바라보니 대마도의 모든 산이 역력히 눈에 보였다. 한참 후 한 줄기 붉은 구름이 동남쪽에서 일어나 차차 뭉쳤다 퍼졌다 하여 일산도 같고 둑도 같고 깃발도 같고 장막도 같아 뭉게뭉게 하여 온갖 아리따운 태도를 지었다. 뱃사공들이 기뻐하여 웃으며 말하기를,

    해신(海神)이 상서를 아뢰는 것이라고 하였다. 

     사신이 잇따라 자리를 옮겨 포구(浦口)로 내려가고 모든 사람들이 바윗돌 사이에 여기저기 앉아 점심과 술을 먹었다. 일행이 취하고 배부르게 먹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내가 배위에서 두자미(杜子美)의 ‘백제성에서 배를 띄우다.’라는 시(詩) 42운(韻)을 차(次)하였고, 미리 지은 것이었다. 말이 어긋난 것이 많았다. 곧 숙소에 가서 써서 사상각하(使相閣下)에게 드렸다. 시에 이르기를 다음과 같다.


    봉래섬 구름 깊은 곳           蓬島雲深處

    부상 바다 해뜨는 모퉁이네         桑溟日出隅

    이번 길이 본래 다름이 있는데        此行元有分

    어떤 일로 슬픔을 견디지 못하는가      何事不堪吁

    퉁소와 북소리에 악어와 자라가 달아나고   簫鼓奔鼉鼈

    날리는 깃발에 해오리와 오리가 놀랜다    旌旗駭鷺鳬

    늘어선 조그마한 섬들은 삼삼하게 보이고   亂洲森過眼

    더운 악기는 거칠게 살결을 침범하네     炎瘴莾侵膚

    돛대는 인어 비단을 스치고          帆拂鮫人錦

    장대에 한녀의 구슬을 달았네         竿懸漢女珠

    술자리는 서늘한 곳을 따르고        酒筵隨爽朗

    시 쓰는 먹이 말라  씻네          詩墨洗沈枯

    더운 볕은 어디로 갔는지          畏景輸何有

    부드러운 바람은 암담하여 없는 듯     柔颸澹若無

    몸은 괴롭게 외물의 부림이 되나      刑勞爲物役

    정신은 상쾌하여 마음조차 즐거워라     神豁與心娛

    멀리 바라보니 하늘 땅이 이어졌고     曠望乾坤會

    크게 삼키니 산과 물이 걱정이네       雄呑岳瀆愁

    멀리 노는 숙원을 풀고           遠遊諧宿願

    고상한 처신이 곧 평탄한 길이지      高臥是平衢

    경을 치던 사람 바다로 들어갔고      擊磬人浮海

    뗏목을 탄 손 되에게 사신 가네       乘槎客使胡

    옛 현인은 두개의 커다란 눈을 가졌거늘   古賢雙大眼

    우리의 도는 한 개의 미약한 몸이어라    吾道一微軀

    씻은 머리털은 아침볕에 말리고       髮自朝陽濯

    붓은 항해로 적시리             毫堪沆瀣濡

    바람 구름에 꾸짖으며 들어가고       風雲叱咜入

    은하수에 그물을 펼치리라          星漢網羅須

    바다 귀신이 명령을 듣고          海若聞威令

    오랑캐 왕이 절할 줄 알리          蠻王識走趨

    안기생의 자취가 아득하고          安期舄縹緲

    서복의 무덤에 풀이 우거졌으리        徐福塚榛蕪

    자유롭게 마음 먹었다 토했다         任是胷吞吐

    어찌 기운 답답하고 불평하랴         寧煩氣欝紆

    거문고를 울리며 양곡에 앉았고        鳴琴坐暘谷

    칼을 퉁기며 하늘에 기대네          彈釼倚天樞

    신통한 약은 삼지초요            靈藥三枝草

    신선의 지팡이는 아홉 마디 창포로다    仙笻九節蒲

    황홀하여 붉은 봉황을 탄 것 같고       怳疑跨紫鳳

    미친 듯이 해를 잡아 맬까하네         狂欲係金鳥

    장한 놀음은 이제나 예나           壯遊今猶古

    호탕한 읊조림은 새벽에서 저녁까지      豪吟曉至晡

    내가 본디 초야에서 났으나          顧余生草野

    기자의 나라에 선비임이 즐겁다        爲士樂箕都

    이름이 어찌 과거에 장원이랴         名豈龍頭大

    벼슬이 이내 뱁새 날개처럼 외롭네      官仍鷃翼孤

    노반은 못 쓸 재목이 없고          魯般無棄朽

    변화(卞和)는 발 베었다 다행히 소생도 되었다      和刖幸逢蘇

    이게 모두 은혜와 사랑을 입은 것이니          總被恩兼愛

    지혜롭고 어리석음을 말하지 말자            休論智與愚

    한형주(韓荊州)를 아는 자리에서 칭찬해 주었으며           揄揚識荊地

    안연(顔淵)을 주조(鑄造)해낸 풀무에 감격하네             感激鑄顔鑪

    절월은 공이 지금 받들었고                節鉞公今仗

    주머니 송곳은 내가 감히 속이리              囊錐我敢誣

    조그마한 글재주로 수원(隨員)이 되었으니        雕蟲參末椽

    천리마의 꼬리에 붙어 긴 길을 달리리          附驥騁長途

    여화에서 처음 입직(入直)을 그만두고            藜火初辭直

    하의로 다시 선비에 끼었네               荷衣更厠儒

    시서로 오랑캐를 가르치겠고               詩書詔蠻貊

    집은 강호에 남겨 두었네                家室寄江湖

    한 돛대를 아침에 띄우면                一棹朝還放

    삼신산을 저녁에 넘을 수 있으리             三山夕可逾

    멀리멀리 딴 고장을 지나                悠悠經絶俗

    차례차례 이름난 곳 찾으리               歷歷訪名區

    쇄락하게 정신 나는 구경하며              灑落供神賞

    날고 뛰어 웅장했던 뜻에 맞추리             飛騰協壯圖

    떠날 제는 골짝에서 나오는 꾀꼬리에게 부끄러우나    去慚鶯出谷

    돌아가면 오동에 깃드는 봉황이 되려네          歸作鳳棲梧

    부를 지어서 민과 촉을 놀래게 할 것이요         作賦驚閩蜀

    시를 지어서 낙빈왕(駱賓王)ㆍ노조린(盧照鄰)을 비웃으리  尋章笑駱盧

    나를 추켜 올려 하늘에 날게 하였고            吹噓騰斗極

    발탁하여 진흙 씻어 주었네                拔擢刷泥塗

    관을 쌓으매 황금이 귀중하고               築館黃金貴

    연성의 흰 옥이 특수하네                 連城白璧殊

    구름에 나르는 천 리의 곡이요               盤雲千里鵠

    달을 보고 길게 우는 오화마로다              嘶月五花駒

    감사한 호의는 패를 풀어 갚겠으며             感意捐珮報

    즐거운 마음은 장단을 치며 노래하네            懽悰擊節呼

    풍파는 하늘이 편리를 줄 것이며          風波天借便

    행차는 왕의 위령(威靈)이 보호하리        冠蓋寵靈扶

    취중에 지어 두서가 없으나            醉草無倫序

    섬계(剡溪)의 등지(藤紙)를 낭비하리        溪藤可族誅

    돛을 멈추고 노래하며 휘파람 불어        停帆歌嘯咏

    애오라지 기구한 신세타령 하려는 것이네      聊欲叙崎嶇


     이 후 연일 숙소에 있었는데, 바닷가의 더운 독기가 옷과 이불에 가득하였다. 남풍이 뱃길을 막아 객회(客懷)가 번뇌(煩惱)다. 때로 세 서기(書記)들과 모여 앉아 술을 마시며 시를 지었다. 성여필(成汝弼)은 운(韻)을 부르기만 하면 즉시 지어 더러는 수십 운(韻)이 되기도 하여 빠르기가 마치 북채로 북을 치면 소리 나듯 하였다. 시는 모두 산초(散草)이어서 기록하지 않았다. 삼연거사(三淵居士) 김창흡(金昌翕)이 나에게 보낸 시가 설악(雪岳)으로부터 인편을 통해 전해왔다. 그 시에 이르기를 다음과 같다.


    명성은 남도(南道)로부터요          聲名自朱鳥

    발과 눈은 또 동해로 가네          足目又歸墟

    천지는 동남이 기울었고           天地東南缺

    문장은 굴원(屈原)ㆍ송옥(宋玉)의 후계로다   文章屈宋餘

    돛대를 날리던 사강락이요          揚帆謝康樂

    붓을 휘두르던 목현허로다          肆筆木玄虛

    장차 용궁 속에               將見蛟宮裏

    벽라동(薜蘿洞)의 글이 유전됨을 보리라   流傳蘿洞書


     이분은 나와 평생에 한번 안면이 있는데, 내가 쓴 〈벽라동사초(薜蘿洞私草)〉를 보고 칭찬하여 사부(詞賦)에 옛사람의 기풍이 있다 하고 서문을 부쳐 돌려 보냈었다. 지금 산중에 살면서 내가 먼길을 가는 것을 생각하여 글을 보냈으니 참으로 감사하다.


    『海游錄』




    十八日庚寅 


    晴. 是日乃禮曹所擇乘船吉日. 使臣旣以事封啓. 未承回下. 南風又阻. 雖未能渡海. 且有開洋試舟之例. 食後三使臣. 奉龍亭具節鉞鼓吹. 悉如入蠻儀. 登船上柁樓. 卷幔而坐. 諸僚盡出以從. 余用近例. 入正使船. 自灣口一時擧帆. 行可二十里至大洋口. 欲盪櫓進船. 風逆波怒. 不得前乃止. 齊泊絶影島. 是日天光水態. 淨碧萬頃. 遙望馬島諸山. 歷歷盈眼. 久之. 一帶紅雲. 起東南漫漫卷舒. 似蓋似纛似旗旄似帷幙. 葱蔚百媚. 篙工輩喜而笑曰. 海神呈瑞. 使臣因移席下浦. 諸人雜坐厓石間. 進午飯酒饌. 一行醉飽. 乘夕而返. 余於船上次子美白帝城放船詩四十二韻. 腹藁成章. 詞多錯落. 就館繕寫. 呈使相閣下. 詩曰. 

    蓬島雲深處. 桑溟日出隅. 此行元有分. 何事不堪吁. 簫鼓奔鼉鼈. 旌旗駭鷺鳧. 亂洲森過眼. 炎瘴莽侵膚. 帆拂鮫人錦. 竿懸漢女珠. 酒筵隨爽朗. 詩墨洗沈枯. 畏景輸何有. 柔颸澹若無. 形勞爲物役. 神豁與心娛. 曠望乾坤會. 雄呑岳瀆愁. 遠遊諧宿願. 高臥是平衢. 擊磬人浮海. 乘槎客使胡. 古賢雙大眼. 吾道一微軀. 髮自朝陽濯. 毫堪沆澥濡. 風雲叱咤入. 星漢網羅須. 海若聞威令. 蠻王識走趨. 安期舃縹緲. 徐福塚榛蕪. 任是胷呑吐. 寧煩氣鬱紆. 鳴琴坐暘谷彈劍倚天樞. 靈藥三枝草. 仙筇九節蒲. 怳疑跨紫鳳. 狂欲係金烏. 壯遊今猶古. 豪吟曉至晡. 顧余生草野. 爲士樂箕都. 名豈龍頭大. 官仍鷃翼孤. 魯般無棄朽. 和刖幸逢穌. 總被恩兼愛. 休論智與愚. 揄揚識荊地. 感激鑄顏鑪. 節鉞公今仗. 囊錐我敢誣. 雕蟲參末椽. 附驥騁長途. 藜火初辭直. 荷衣更厠儒. 詩書詔蠻貊. 家室寄江湖. 一棹朝還放. 三山夕可逾. 悠悠經絶俗. 歷歷訪名區. 灑落供神賞. 飛騰協壯圖. 去慚鶯出谷. 歸作鳳棲梧. 作賦驚閩蜀. 尋章笑駱盧. 吹噓騰斗極. 拔擢刷泥塗. 築館黃金貴. 連城白璧殊盤雲千里鵠. 嘶月五花駒. 感意捐珮報. 懽悰擊節呼 風波天借便. 冠蓋寵靈扶. 醉草無倫序. 溪藤可族誅. 停帆歌嘯咏. 聊欲敍崎嶇. 

    自是以後. 連在館次. 海天炎瘴. 滿衣衾. 南風遏帆. 客懷煩惱. 時與三書記. 會坐觴咏. 觀成汝弼. 應口猝唱. 或至數十韻. 捷若桴鼓. 詩皆散草不錄. 三淵居士寄余詩. 自雪岳轉到. 其詩曰. 

    聲名自朱鳥. 足目又歸墟. 天地東南缺. 文章屈宋餘. 揚帆謝康樂. 肆筆木玄虛. 將見蛟宮裏. 流傳蘿洞書. 

    此翁與余平生一識面. 見余薜蘿洞私草. 亟稱詞賦有古風. 序卷首而還之. 乃今巖居. 念行役千里緘辭. 可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