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협
페이지 정보
본문
○ 관음굴(觀音窟)에서 아침에 일어나 농암(農巖) 김창협(金昌協)
어스름에 산속에서 잠을 자는데 暝宿翠微內
잠자리에 흰 구름 피어났다네 白雲生臥所
아침에 일어나서 홀연히 놀라 起來忽自驚
어리둥절 이곳이 어디란 말가 還問此何許
밤사이에 봄비가 내렸었는지 不省夜來雨
꽃 위엔 이슬 아직 함초롬한데 花上露猶湑
바위 샘에 세수하고 입을 헹군 뒤 盥濯漱巖泉
빗질할 제 들려오는 새들 소리에 梳頭聽禽語
넝쿨 얽힌 오솔길 돌아가려다 欲歸蘿徑長
애오라지 다시금 가만 섰노라 聊此復延佇
『聾巖集』
○ 내주(萊州) 박 사군(朴使君) 치도(致道) 과 함께 범어사(梵魚寺)의 의상대(義相臺)에올라가 산성(山城)의 형세를 살펴본 뒤에 다시 대마도(對馬島)를 굽어보니, 대마도가 마치 방 안에 놓인 궤안(几案)처럼 가로놓여 있었다.
농암(農巖) 김창협(金昌協)
깃발을 펄럭이며 산꼭대기 올라가 風旆登山轉上頭
누대에서 술잔 잡고 변방 계책 살펴볼 제 高臺把酒聽邊籌
바다 구름 남방의 오랑캐 기운 서리었고 海雲不散南夷氣
하늘 저쪽 대마도 아스라이 보이누나 天畔看橫對馬州
『農巖集』
○ 관음굴(觀音窟) 삼연(三淵) 김창흡(金昌翕)
맑은 바람에 소리에 우는 소나무 가지 翏翏松頂振天風
이 세계는 분명 자궁과 통하는 구나 此界知應通紫宮
고요한 곳 새소리 골짜기 밑에서 들려오니 幽鳥一聲生壑底
온갖 꽃 흩어져 오히려 아득하다 杳然猶隔百花叢
서쪽 기슭에 깨끗한 흰 모래 고요히 좋아하여 靜愛西崖潔白沙
소나무 뿌리 베개 삼아 노을 속에 누웠다네 松根爲枕臥靑霞
벌은 인간 세상에 나를 따르니 蜂從下界隨巾履
간간이 내 몸 곁 철쭉꽃을 쪼네 間唼身邊躑躅花
『三淵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