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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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산사팔월십칠일(洛山寺八月十七日) 간이(簡易) 최립(崔岦) 90)
아득한 하늘가 달이 질 무렵에 玉宇迢迢落月東
만경창파 갑자기 붉은빛 번쩍이네 滄波萬頃忽飜紅
꿈틀거리는 온갖 괴물들 불을 머금고 蜿蜿百怪皆銜火
밝은 달을 황도 가운데 전송하누나 送出金輪黃道中
『簡易集』
○ 낙산에 거주하는 승려 창운이 찾아와서 인사를 하기에 그의 시권 속의 시에 차운하며[洛山住僧昌雲來謁爲次卷中韻]
간이(簡易) 최립(崔岦)
아침 비 잠깐 개었다가 저녁에 다시 부슬부슬 朝雨纔晴晩雨霏
들쭉날쭉 송죽의 서늘함 아예 압도해 버리누나 竹涼松翠鎭參差
시원한 마루에 산사람이 또 와서 얘기하니 軒淸又得山人話
삼복더위 무서운 줄 전혀 느끼지 못하겠네 正是三庚也不知
『簡易集』
○ 또 차운하다. 창운은 내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지금 종백(宗伯) 박응소(朴應邵) 의 글을 얻어 가지고 와서[又雲不曾相識 今得朴宗伯應邵書來]
간이(簡易) 최립(崔岦)
시권에 새 시 얻는 일이 세상에 어디 쉽겠냐만 袖卷求詩不世情
올려놓은 의자 내려 평생의 벗처럼 대하노라 懸床爲下似平生
무슨 수로 이렇게 춘조의 청탁을 얻어 냈노 何從得此春曹託
한번의 식형이 만호후(萬戶侯)보다 나을지니 萬戶堪輕一識荊
『簡易文集』
○ 낙산사(洛山寺)에서 즉흥으로 읊으며.[洛山寺卽事] 간이(簡易) 최립(崔岦) 91)
누각의 바다 해 기막히단 말은 전에 들었다만 樓觀海日昔聞奇
중추의 둥근달 보려면 일 년을 꼬박 기다려야 하네 月得中秋一歲期
바로 이때 이곳에서 모진 비를 만나다니 此地此時逢苦雨
나의 영동 시를 천공이 방해를 하네 天公停我嶺東詩
『簡易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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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최립(1539,중종34-1612,광해군4)은 본관은 통천(通川)이고, 자는 입지(立之), 호는 간이(簡易)·동고(東皐)이다. 아버지는 진사 자양(自陽)이다. 이이(李珥)에게 수학했다.
90) 외교문서 작성에 뛰어나 임진왜란 때는 여러 번 명(明)나라에 사신으로 갔었다. 1555년(명종 10) 진사시에 합격하였고, 1561년 식년문과에 장원급제했다. 전쟁 후에는 판결사(判決事)·강릉부사·형조참판 등을 역임했다. 광해군 즉위 후 대북정권이 등장하자 정계에서 은퇴하여 평양에 은거했다. 문집으로 『간이집』이있다.
91) 이 시는 강릉부사로 와서 쓴 것으로 보인다. 낙산의 일출이 절경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일 년을 기다려 중추에 달을 보려고 왔는데 이 때 모진 비가 내려 보지 못한 것을 하늘이 자신을 영동에서 시를 쓰라고 잡아
둔 것이라며 아쉬운 심회를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