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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양문화35호

    8월 - 바꾸미들이 넘던 길 단목령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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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설악산과 오대산 사이 백두대간(白頭大幹)에는 양양에서 영서지방으로 가는 총 여섯개의 영이 있다. 오색령(五色嶺), 필여령(弼如嶺), 단목령(檀木嶺), 북암령(北巖嶺), 조침령(阻枕嶺), 구룡령(九龍嶺)이 그것이다.단목령은 양양군 서면과 인제

    군 기린면을 잇는 길로 원래는 박달재로 불리던 곳이다. 박달나무가 많아 그렇게 불렸는데 일제강점기 창지개명(創地改名)을 하면서 지도에 박달령(朴達嶺)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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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달령이 표기된 고지도와 최근지도

     

    단목령(檀木嶺)으로 표기한 이래 현재까지 그렇게 부른다.

    단목령 정상에서 인제 진동리 설피밭까지는 1.4km, 양양 오색2리 오색분교까지는 2.9km로 양양과 인제를 잇는 지름길인데 해발 855m로 높이 또한 여섯 영(嶺) 중에서 가장 낮다.

    이 길을 통해 두 지역간에 물물교환이 이루어졌는데 양양에서는 소금과 말린 생선 등이 넘어가고 인제에서는 씨감자, 콩, 면화, 마른고추 따위가 넘어왔다. 이렇게 물건을 맞바꾸어 지고이고 나르는 것을‘바꾸미’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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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목령 정상 표지판과 장승 (사진 강원도민일보)

     

    씨감자를 정부에서 보급하기 전, 양양 농부들은 영서지방의 고냉지 감자를 구하여 종자로 썼다. 바꾸미 김완달ㆍ추종삼 어르신의 증언에 의하면 소금, 명태, 고등어자반, 마른미역을 한 짐 지고 단목령을 넘어 진동리 설피밭으로 가면 그곳에서 5포대의 씨감자와 교환할 수 있었다 한다. 씨감자의 양이 많고 무거운데다 비탈길이 가팔라서 짐을 한 번에 나를 수 없어 씨감자를 작게 나누어 여러 차례에 걸쳐 일정한 장소까지 나르고 다시 그 다음 장소로 운반하기를 반복하여 오색분교 근처까지 힘겹게 전쳇짐1)으로 옮겨와 질메2)또는 경운기에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바꾸미들의 물물교환을 위한 왕래(往來)는 1970년대 초반까지 행하여졌다고 한다.

    바꾸미와 관련된 가슴 아픈 일화도 있다. 한국전쟁으로 남편은 인민군에 끌려가 생사를 모르고 전쟁 통에 집은 불타버리자 양양 수복 후 김충현(여,현재 95세) 어르신은 장이라도 담구어 가족들을 연명시키려고 봇짐을 만들어 인제 진동리 설피밭 언니네 집으로 간다. 태어난지 두 돌도 안 된 아이를 업고 시어머니와 같이 소금 열 됫박, 아지(전갱이) 자반 한 두름, 북어 한 쾌를 이고 지고 단목령을 넘어가 언니가 구해준 메주 세 덩이, 메주콩 두 말, 고춧가루, 건나물, 건버섯 종자 등과 맞바꾼다. 당시 길이 험하다고 짐을 지고 영을 넘어 오색까지 바래다주고 돌아갔던 형부를 김충현 어르신은 아직도 잊지 못해하신다.도로가 발달한 요즈음엔 양양에서 인제 진동리로 가려면 터널 하나만 지나면 된다. 차량으로 양양

    군 서면 서림리에서 조침령터널을 지나면 바로 진동리가 나온다. 단목령을 넘어 다닐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설악산에는 한반도 자생종 식물의 20%에 해당하는 854종이 자라고 있고, 그중 보호대상 희귀식물도 50여 종이나 되어 유네스코는 1982년 이곳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였다. 특히 단목령 일대는 박달나무를 비롯하여 신갈나무, 자작나무, 사시나무, 단풍나무 및 피나무 등이 자라고 지표에는 각종 산나물, 약초, 야생화 등 임산자원이 풍부한 식물자원의 보고로서 생태적가치가 높아 천연림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1987년부터 입산통제를 하고 있다. 바꾸미들이 생계를 위해 넘나들던 박달재 산

    길이 원시자연으로 복귀하는 중이다.

    단목령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야생화의 천국이자 옛사람들이 등짐을 지고 험한 고개를 넘어 삶을 이어갔던 애환이 남아있는 곳이다. 곰배령이 위치한 인제 산골을 지나 단목령을 넘어 명승지인 오색 주전골을 둘러보고 해오름에 고장 양양 해변을 걸어서 구경할 수 있는 잠재적인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단목령의 자연이 충분히 안정되면 예약제 탐방 등 제한적 개방도 고려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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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목령 입구(사진 강원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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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쳇짐 : 큰 짐을 소분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 일정한 장소까지 나르고 그 다음 장소로 운반하기를 반복하여 최종목적지까지 옮기는 방식을 일컫는 말.

    2) 질 메 : 짐을 운반하기 위하여 소의 등에 얹는 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