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 낙산이대성(洛山二大聖)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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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관음의 진신을 뵙지 못한 원효대사(元曉大師)의 설화
원효대사 진영
낙산이대성인 원효(元曉)는 의상(義湘)과 같이 661년(문무왕 원 년) 당나라로 떠나려 당항성(棠項城:지금의 경기도 안산시)으로 가던 길에서 원효는 해골에 괸 물을 마시고“진리는 결코 밖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라는 깨달음을 터득하고 의상과 헤어져서 돌아왔다 라는 일화가 전해진다.
낙산사를 찾아오는 들길에서 벼를 베는 부인을 만나다.
원효대사가 양양 땅에 들어와 멀리 낙산(오봉산)이 보이는 논두렁길을 걷고 있노라니 논에서 흰옷을 입고 벼를 베고 있는 부인을 만나“남편은 무엇 하기에 부인 혼자 이 호젓한 들판에서 벼를 베고 있소. 나 같은 중이 업어가면 어쩌려고?”라고 말을 던지니 부인 은 대사를 쳐다보며 웃으면서“나 같은 못생긴 여자를 어떤 남자가 업어가겠소. 요석공주처럼 곱게나 생겼으면 원효대사 같은 훌륭한 스님이 반하여 업어가겠지만…”한다.
한때 요석공주와 연정을 불태워 아이[설총(薛聰)]까지 낳았던 원효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뜨끔하였다. 초면에 중에게 서슴없이 받아넘기는 그 여자의 모습에는 범할 수 없는 기품이 있어 보였다.
원효는 그 기품 때문에 짐짓“소승은 그따위 파계승 원효와는 다른비구이니 업어갈 염려는 없습니다.”라고 자신을 욕해보는데 그 여자는“원효대사는 자비심이 많고 너그러운 스님입니다. 자비심과 관용이 있었기에 요석공주의 애처로운 애정을 받았지요, 목석(木石)같은 외고집 중들은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라고 뜻밖의 말을 하기에 호기심이 생겨“그럼 부인도 원효대사가 구애한다면 요석공주처럼 그 청을 들어주시겠소.”라고 은근히 떠보았다. 그러니 그 부인은“나는 사정이 좀 다르오.”라고 대답하는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어 혹 이 여자가 부처님의 화신이 아닐까 하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농을 거두고“부인께 실례되는 말을 하여 죄송합니다. 뜨내기 나그네 중의 말을 허물치 마십시오.
하도 관음보살같이 아름답고 다정하신 분이라 심심해서 한 말입니다.”하고는“이렇게 오는 길에서 만나 이야기하게 된 것도 하나의 인연이니 벼이삭 하나를 주면 낙산사 부처님께 추수를 감사하는 뜻으로 바치겠다.”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부인이“그렇지 않아도 올해 부처님 은덕으로 대풍년이 들어 보은의 뜻에서 낙산사 부처님께 바치려고 사실은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라고 대답하면서 건네주는 벼 이삭을 받아들고 헤어졌다.
멀리 낙산사(오봉산)가 보이는 강현면 답리,주청리 들판
다리 밑에서 월수백(月水帛)을 빠는 여인을 만나다.
원효는 재촉하여 낙산사로 향해 한참 가니 맑은 시냇가 다리 밑에서 소복을 한 여자가 생리대를 빨고 있었다.
원효는 목이 말라 그 여자에게 물 한 모금을 청했다. 여자는 빨래가 잠겨있는 아랫물을 떠주었다.
화가 난 원효는 그 물을 엎질러 버리고“같은 값이면 빨래 위쪽의 맑은 물을 떠줄 것이지…”라고 하면서손수 내려가 퍼마셨다. 빨래하던 여인은 이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 겸연쩍어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이 일을 당하고 나서 원효는“기이한 일도 다 보겠다.”혼자 중얼거리면서 언덕을 올라 발길을 재촉하였다.
길옆 소나무 위 파랑새를 만나다.
원효는 혼자 중얼거리며 가는데 길옆 소나무 위에 파랑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으며 “휴제호화상(休醍醐和尙/그만두시오)”이라 크게 한 마디 울고는 어디론지 날아갔다. 원효는 “이상한 말을 하는 새로구나.” 뇌까리 며 그 소나무 밑을 보니 벗어놓은 신발 한 짝이 있었다.
낙산사 홍련암(관음굴) 앞의 파랑새 모습
법당에 들어가서 깨달음을 얻었다.
원효가 낙산사에 이르러 예불하려고 법당에 들어가 보니 관음보살의 불상 밑에 여자의 신 한 짝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파랑새가 앉아 울던 소나무 밑에 있던 그 신짝과 똑같았다.
그제야 벼를 베던 여자와 월수백을 빨던 여자가 사람이 아니고 관음보살의 화신으로 나타나 나를 시험해 보려고 했던 것이라 깊이 뉘우치며 깨닫게 되었다.
이런 설화가 있은 뒤부터 이곳에서는 파랑새가 앉았던 소나무를 관음송(觀音松)이라고 기리고 있으며, 낙산사에서 파랑새를 만나면 관음의 진상을 뵈는 듯 기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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