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 낙산사 오봉산(五奉山) 자락에는 냉천(冷泉)이 있다.
페이지 정보
본문
조선 중기《신증동국여지승람》및《여지도서》의 양양 편에 냉천(冷泉)은“부 북쪽 15리 오봉산 아래에 있다.”고했다. 세상에 전해오는 말에 관음보살(觀音菩薩)이 여자로 변해 덕녀(德女)란 이름으로 벼를 베고 있었는데 원효대사(元曉大師)가 냉천의 물을 마시면서 함께 웃으며 농지거리를 하였다고 한다.
고려후기 문인 정추(鄭樞) 선생의시(詩) 한수의 번역문을 소개하면, “덕녀(德女)의 옛터엔 잔디가 섬돌을 덮었고 원효가 남긴 자리에는 나무가 하늘에 닿았네. 누각에 올라 상사(相思)의 꿈을 맺고자한다면 꿈속에도 응당 냉천을 잔(盞)질하리라”란 글이 지금까지 전해오고있 다.
이 냉천(冷泉)의 위치는 양양군 강현면 답리(畓里)에 있는데 1970년 이전에는 맑은 샘이 용출하여 냉정터〔冷井址〕라 불렀으며, 눈에 생기는 눈병도 이 물에 씻으면 깨끗이 낫고, 신경통과 피부병에도 특효라 해서 원근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았다고 전한다.
냉천은 물이 찬 샘을 의미하며 온도가 20℃∼25℃ 이하의 물을 이른 다고했다. 조선시대 냉천에는 초정(椒井)·약수(藥水) 등도 속했으며 ≪세종실록지리지》와《동국여지승람》에는 전국 각지의 각 종류에 따른 냉천 수 지역의 위치뿐만 아니라 물맛과 병의 치료 사이의 관계 등을 소상히 밝혀 놓은 사실로 볼 때 당시 일반백성들이병치료에냉천요법(冷泉療法)이널리이용했음을짐작할수있다.
《동국여지승람》15권, 청주목(淸州牧) 항목에“청주(淸州) 초수(椒水)는그맛이초와같고냉하며목욕을 하면병이낫는다. 일찍이<세종>·<세조>가 행차하였다”고 적혀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답리의 냉천은 지금의 상식으로 보았을 때 샘물이라는 것 이외의 특징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아 목욕문화가 발달하지 않았고 식수에 대한 위생관념이 약한시대라서 샘물에 몸을 씻고 샘물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각종 질병(疾病)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반면 이 냉천에 관음보살과 원효대사가 만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인근에 낙산사가 있음으로 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 그 만남의 의미가 속세의 인간들에겐 더욱 감미롭다. 결국 냉천은 관음보살과 원효대사의 만남의 장소이고 깨달음의 공간이다.
오봉산(五峯山)은 옛날부터 그 자리에 있으면서 세상의 흥망을 지켜보았다. 관음보살의 화신인 덕녀(德女)가 벼를 베던 가을 들녘에는 벼가 가득하고, 해가 오봉산을 비추면 마치 붉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하다.
◆ 정추(鄭樞)의 시 냉천
海岸山從赫世前(해안산종혁세전) / 바닷가산이밝은세상되기전부터왔는데,
幾看興廢쭞今年(기간흥폐흘금년) / 금년까지몇번이나흥망성쇠를보았나.
秋涵一野亞紅稻(추함일야아홍도) / 가을빛이온들에젖어붉은벼가수북하고
日照五峯生紫烟(일조오봉생자연) / 해가오봉산에비쳐서붉은연기오른다.
德女故居莎覆쭞(덕여고거사복체) / 덕녀의옛터엔잔디가섬돌을덮었고
曉公遺迹樹連天(효공유적수연천) / 원효의남긴자리에는숲이하늘에연했다.
登樓擬結相思夢(등루의결상사몽) / 누에올라상사꿈을맺고자한다면
夢裏還應酌冷泉(몽이환응작냉천) / 꿈속에도응당냉천을잔질하리라.
◆ 襄陽府使鳴巖李海朝.『襄陽別曲』第27詠冷泉故居
觀音化阿難(관음화아난) / 석가의제자가된관음보살이
夭冶幻枯槁(요치환고고) / 가을이되어서예쁘게변했네.
曾不散天花(증불산천화) / 눈이내리기이전에
而來刈田稻(이래예전도) / 논에서벼를베누나.
高僧亦解佩(고승역해패) / 번뇌에서벗어난원효대사가
泥絮乍顚倒(니서사전도) / 넘어져가삼에진흙묻었었네.
尙學羅裙色(상학라군색) / 훌륭한부인은학문도높은데
쭞쭞冷泉草(처처냉천초) / 냉천에는잡초만무성하구나.
◆ 冷泉故居<附和: 子益金昌翕>
祥光九峰下(상광구봉하) / 모든산봉에서광이비추니
秋色老忍草(추색로인초) / 가을은깊으나풀은견디네.
何緣酌冷泉(하연작랭천) / 어떤인연에냉천을마셨나
有美刈紅稻(유미예홍도) / 미녀는익은벼를베는구나.
須知色是空(수지색시공) / 비록색을알려함은부질없는일
淨染不二道(정염불이도) / 정토에물듦은두길이아니로다.
觀音豈摩登(관음기마등) / 마천에오르신관음을어찌뵈리까?
羅什還曉老(라십환효로) / 나십은돌아가없고원효도늙었네.
-
- 이전글
- 4월 - 조선 正祖때 襄陽都護府가 襄陽縣으로 降號된 배경은 ?
- 22.02.11
-
- 다음글
- 6월 - 고기가 살아가는 것이 좋아 살려준 蹈景(도경)과 和尙巖(화상암)이야기
- 22.02.11